2000년 『올해의 좋은방송, 나쁜방송』

제 목
2000년 『올해의 좋은방송, 나쁜방송』
작성일
2000-12-31
작성자

이름 : 민언련 ( ) 날짜 : 2000-12-31 오전 1:54:37 조회 : 187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선정
2000년 『올해의 좋은방송, 나쁜방송』

● 선정 결과

올해의 좋은 방송(무순)

미니시리즈 바보 같은 사랑 (KBS2TV)
다큐미니시리즈 인간극장 (KBS2TV)
MBC 100분 토론 (MBC)

올해의 나쁜 방송(무순)

일요일 일요일 밤에 (MBC)
방송3사 연예정보프로그램(연예가 중계, 섹션TV 연예통신, 한밤의 TV연예)
뉴스추적 (SBS)

● 2000년『올해의 좋은 방송』

▲ 미니시리즈 <바보같은 사랑>

KBS 2TV
4월 24일∼6월27일 매주 월·화 밤 9:50∼10:50
책임프로듀서 김종식, 극본 노희경, 연출 표민수

올 한해 방송3사에는 ‘신데렐라’와 ‘콩쥐팥쥐’류의 드라마가 넘쳐났다. 드라마에 주 배경도 일부 상류층의 생활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비현실적인 공간과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말초적 자극과 관심은 끌어내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KBS 2TV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바보 같은 사랑>은 기존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가난하고 남루한 사람들의 삶을 애정을 담아 보여준 드라마였다.

<바보 같은 사랑>은 재단사 상우(이재룡 분)와 미싱 보조 옥희(배종옥 분)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둘의 사랑은 ‘불륜’이지만 비슷한 소재를 다뤘던 <애인>처럼 고상한 척 하지 않았다. 대신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소박한 모습을 그려냈다. 둘의 사랑이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사랑이 궁상맞은 삶에 찾아온 한 줄기 빛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둘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인간군상들의 사실적인 삶과 섬세한 내면 묘사는 드라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나무랄 데 없는 연출과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로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볼 수 있게 해준 <바보 같은 사랑>을 『올해의 좋은 방송』으로 선정했다.

▲ 다큐미니시리즈 <인간극장>

KBS 2TV
매주 월∼금요일 밤 8:45∼9:15
연출 김용두, 제작사 리스프로·제3비전

<인간극장>은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은 거인 4형제’에서는 왜소증으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지만 가족의 사랑으로 이를 극복해 나가는 4형제의 이야기를, ‘끝나지 않은 이별’에서는 화성 씨랜드 참사로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외에도 ‘그 산골엔 영자가 산다’, ‘남과 북, 50년의 사랑’ 등 다수의 작품에 나타난 우리 이웃들의 진솔한 삶은 시청자들의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인간극장>은 6mm카메라의 현장성과 기동성을 살려 이들의 삶을 포착한다. 거창한 사회적인 문제를 고발하지는 않지만, 시청자를 함부로 계몽하지 않으면서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그 안에는 눈물을 짜내는 억지스런 인터뷰도 없고 출연자들의 삶에 카메라가 함부로 개입하지도 않는다.

이 프로그램이 시작된 5월초에는 아침 시간대에 방영되다가 지금은 일일드라마와 뉴스가 지배하는 8시 40분경, 프라임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다. 그것도 일주일 내내 방송되는 미니 시리즈 형식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출연자들의 삶을 넉넉히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시청률’ 때문에 수준급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사각 지대로 옮겨다니다가 끝내 폐지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간극장>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 MBC 100분 토론

MBC
매주 목요일 밤 10시 55분부터 100분간
기획 최용익, 진행 유시민, 제작 임대근

방송토론문화의 새 지평을 연 토론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작년 가을 개편 이후,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방송을 해오면서 다양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회현상에 접근하려고 노력하였다.

기존의 토론프로그램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거시담론을 위주로 진행, 정치가나 관료, 학자들의 소모적인 논쟁을 재생산하는 데 그쳐온 데 비하면 차원을 달리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인·사회의 비주류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폭넓은 주제, TV토론을 통해선 만나기 힘든 패널들, 그리고 방청객과 시청자들의 실질적인 참여라는 기본에 충실한 결과다.

첫 방송이었던 ‘무엇이 언론 개혁인가?’를 필두로 ‘성 표현의 한계, 어디까지인가?’, ‘낙선 운동-정당한 주권행사인가, 불법 선거운동인가’,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돈인가, 인권인가’, ‘SOFA, 무엇이 문제인가’, 그리고 ‘박정희대통령기념관, 지어야 하나?’까지 이런 흔적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얼마 전 안티조선운동과 관련한 토론의 장을 마련, 자연스럽게 매체간 상호비평의 신호탄을 올린 것은 그 결과여부와 상관없이 주목할 만하다.

진행에 있어서의 양적인 평등을 의도적으로 추구하지 않는다. 토론에 있어서 외연적으로 보여지는 발언기회의 평등보다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규명하는 데 더욱 역점을 두고 있는 점은 이 프로그램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제작진의 열의와 세심한 준비, 그리고 사회자의 자질이 담보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로서 이 프로그램의 기반이 탄탄함을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특히 초기에 사회를 맡았던 정운영씨, 그리고 현재 진행을 맡고 있는 유시민씨의 역할은 절대적인 것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을 거슬러 대안적 사고를 추구하려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시사문제를 주로 다루는 프로그램인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는 관계로 간혹 패널선정, 방송의 내용 등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지만, 시민운동에 대한 정치권의 근거 없는 모략을 밝혀낸 점과 자질 없는 의원의 헤프닝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한 점등은 이런 문제를 상쇄시킬 정도의 수확이었다고 평가된다.

● 2000년『올해의 나쁜 방송』

▲ <일요일 일요일 밤에>

MBC
매주 일요일 오후 6:10
연출 김현철·신정수

현재 대부분의 오락프로그램은 주로 가족이 함께 보는 황금시간대에 방송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청을 하는 만큼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받는 영향 또한 적지 않다.
그런데 자칭 일요일 저녁 오락프로그램의 대명사라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시청률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학성, 선정성, 몰래카메라를 통한 엿보기 조장 등에 이제는 아예 상식을 파괴해버리는 설정으로 시청자들을 엽기적으로 만들어버리고 온갖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뻔뻔함까지 가지고 있다. 오락프로그램의 문제점만 총망라되어 있는 대명사가 되었다는 평가다.

선정성 논란 속에 여름에 방송되었던 ‘주영훈의 섬머크레프트’에서는 촬영 도중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출연한 여자연예인의 젖가슴이 노출되는 장면이 그대로 방영된 사건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려는 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서바이벌 대작전’코너는 수중추락하는 자동차와 음주운전의 위험을 알려준다는 명목으로 연예인들에게 위험한 실험을 강요하고 있다. 또 다른 코너에서는 동남아시아와 국내의 보양음식을 ‘퀴즈’ 형식으로 소개하며 ‘보신관광’을 부추기고 있다.

불우이웃 돕기를 목적으로 한다는 그럴듯한 기획의도를 내걸은 ‘게릴라 콘서트’ 역시 10대 청소년들의 관심을 미끼로 시청률만을 의식한 코너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시청자는 없다. 단지 시청률만 있을 뿐이다. 과거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양심 냉장고’를 유행시키는 등 감동적이고 완성도 높은 오락프로그램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을 통해 시청자들의 눈을 붙잡아 두려한다. 본회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올해의 나쁜 방송’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에 착잡함을 금할 길 없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따뜻한 오락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 방송3사 연예정보프로그램

<연예가중계> KBS 2TV, 매주 토요일 밤 8:50, 연출 박태호, 진행 손범수,김남주
<섹션TV 연예통신> MBC, 매주 수요일 밤 10:55, 연출 심승근·서창만·유호철·김영진·박세진·안수영·정창영
<생방송 한밤의 TV 연예> SBS, 매주 (수)·목요일 밤 11:05, 연출 이충용

연예정보프로그램은 10대 청소년의 관심이 큰 만큼 내용에 대해 그만큼의 책임감과 신중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방송되고 있는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심층보도를 빌미로 선정성과 왜곡보도로 지적 받아 온 스포츠신문의 기사와 문제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등, 선정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MBC <섹션TV 연예통신>과 SBS <한밤의 TV연예>가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방송은 서로 시청률 경쟁에 얽매여 연예인의 사생활을 들춰내어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국민들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조차 <연예가중계>를 통해 타방송사 따라가기식 보도를 하고 있는 점은 공영방송으로써의 본보기 기능을 전혀 찾아볼 수 없어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연예정보프로그램이 단순히 ‘연애’를 비롯한 연예인들의 사생활 보여주기에 집착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가수 백지영 비디오’ 사건이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방송에서 시청자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악용한다면 말로만 외치는 방송의 공영성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연예인들이 공인이라고 해도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한다. 물론 공인이기 때문에 공공의 영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대중들의 알권리’를 내세우며 사생활까지도 보여주는 행위는 시청자들을 무시한 ‘천박한 상업주의’의 일면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방송이 심도 있는 연예계 사건 분석을 통한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하기보다는 공적영역인 방송을 ‘사적 공간화’시키고 있다. 연예인들의 활동을 보여준다며 연예인들의 화보 촬영 현장과 드라마 촬영 현장, 영화 촬영 현장 등을 보여주면서 직·간접홍보까지 하고 있다.

즉 연예계의 동향과 흐름에 대한 분석을 통한 소식을 전하는 것보다 진행자들의 쓸데없는 잡담, 자사 프로그램의 홍보, 연예인들의 사생활 등 시간 때우기 식의 보도를 통한 전파 낭비를 하고 있다. 이에 본회는 방송3사 연예정보프로그램을 올해의 나쁜방송으로 선정했다.

▲ <뉴스추적>

SBS
매주 토, 밤 10:50,
CP 박흥로

SBS의 시사 다큐프로그램 <뉴스추적>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폐와 비리를 고발하고 탐사보도를 기본으로 사건 뒤에 숨어있는 실체와 본질을 끝까지 추적 보고하고자 한다’, ‘거대권력과 자본의 오만과 횡포를 견제, 고발하며 언론의 숙명적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듯, 우리 사회의 숨겨진 이면을 뒤집어 보는 데 상당부분 기여하였다.

그러나 연예인 매매춘의 의혹을 다룬 지난 5월 2일 방송된 ‘연예인 브로커의 은밀한 거래’, 지난 5월 23일 방송되었던 ‘린다김’ 관련 보도, 그리고 지난 7월 11일 방송되었던 ‘인터넷 성인채널’ 관련 보도 등은 이러한 주장을 무색케 하는 내용들로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시사고발프로그램의 생명은 냉철한 사회비판의식과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이다. 이 두 수레바퀴가 무리없이 굴러가야만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의 경우, 이상의 조건들은 완전히 실종되었다. 이미 많은 언론에서 지적되었듯, 실질적인 증거 없이 연예인들의 매매춘 문제를 공론화시켜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킨 점, ‘린다김’이라는 뉴스의 인물을 출연시켜 한창 진행중인 사건의 당사자를 일방적으로 변호하도록 한 점, 그리고 보도임을 전제로 선정적인 화면을 전국에 내보낸 점은 이 프로그램의 애초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의심케하는 수준의 것이었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배경엔 많은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통상적인 사고로는 그 중 시청률 문제가 가장 크게 작용하였으리라 짐작을 한다. 특히 상업방송이란 구조적 틀 안에서 존재하고 있는 프로그램인 경우 이러한 상상은 더더욱 설득력을 얻게 된다. 좀더 자극적인 소재에 기반한 제작은 주기적으로 제기되는 시청률 문제에 대한 좋은 방패막이가 된다.

하지만 한 방송사의 중심에 서있는 시사고발프로그램은 이런 외부적인 요인들에 초연할 필요가 있다. 확고한 중심성을 바탕으로 정통 언론으로서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뉴스추적>은 그 과오 못지 않게 공도 선명했지만 선정적인 소재와 내용으로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본질을 훼손한 과오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채찍의 뜻을 담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