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눈이 오면, 시장님은 어디에?
지금 이명박 대통령과 후임 대통령은 새 전용기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노무
?현 정부에서 대통령 전용기를 새로 사려고 할 때 ‘서민이 어려운데.’하며 야
?당이 반대하자 정부가 포기하였기 때문이지요. 살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살
?수 있었던 것을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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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번 페루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 멀쩡한 대통령 전용기를 두고 비
?용을 아끼려고 일반 항공사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였답니다. 그렇게 비용을 아
?끼면 서민을 위해 학교나 병원을 하나 더 지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일부에서는 페루 대통령을 서민 대통령이라며 칭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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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럽습니다. 페루 대통령은 설령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말고 일을 할 사람이
?있다고 보는 것 같군요.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이 테러를 걱정하지 않고 일반 비
?행기를 타도 될 만큼 페루가 안정된 나라인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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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람, 또는 다른 나라 사람이 자기네 대통령에게 페루 대통
?령을 따라 하라고 요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대통령 몫이 있으니
?까, 전용기를 타고 비용이 들더라도 제 값을 해주면 된다고 보는 것이지요.
?즉, 사람들은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시장은 시장으로서 크게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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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요즘 사람들은 현명하게도 다른 대통령이 정상적인 것이고, 페루 대통
?령을 별난 대통령으로 보는 셈입니다. 과거에는 연말이면 대통령이 국군 장병에
?게, 시내버스 기사에게 ‘각하 하사품’을 주던 시절이 있었지요. 대통령의 손
?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사람들은 대통령을
?임금처럼 대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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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오늘날처럼 사회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질수록 제도를 정비하여 담당 공
?무원이 때가 되면 알아서 처리하게 합니다. 이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통령
?각하’가 챙기지 않아도 되지요. 미국 같이 큰 나라에서 대통령이 가족들과 넉
?넉히 휴가를 즐기는 것도 제도를 정비하여 대통령이 시시콜콜 참견할 필요가 없
?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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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전쟁터의 최전선에 장군이 총을 들고 앞장서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군
?은 전투병이 제대로 싸울 수 있게 지휘하면 됩니다. 그런데도 큰 눈이 와서 도
?시 기능이 마비되었을 때 시장이 자리에 없으면 언론은 사정없이 물고 늘어집니
?다. 큰 눈이 오면 담당자가 재난 대처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될 일입니다. 시장
?이 현장에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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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까지도 공직자의 해외 나들이를 두고 ‘지금 서민이 어려운데.’하며 곱
?지 않게 봅니다. 나갈 수 없는 것을 나갔으면 벌을 받아야 합니다. 나갈 수 있
?는 것을 나갔으면 제대로 나갔다 왔는지를 확인하면 되지요. 나갈 필요가 없으
?면 제도를 고쳐 못 나가게 하면 됩니다. 제도를 손보지 않고 무조건 못 나가게
?할 일은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