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에게 수당을
?사람들은 나이 들어 은퇴하면 시골에서 살면서,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술 한
?잔 같이 할 수 있기를 꿈꿉니다. 그러나 대개 그런 꿈으로만 끝납니다. 나이 들
?었다고 도시에서 맺은 인연을 끊는 것이 쉽지 않고, 시골에서 사는 것도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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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구나 혼자 벌어서 가족들을 부양하던 사람은 돈이 넉넉지 않아 퇴직 후 시골
?에 가서 한가하게 여유를 즐기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돈이 거의 들지
?않는 취미를 찾거나, 친구를 잘 만나지 않고, 아는 사람이 집으로 찾아오는 것
?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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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퇴직 후 집에서 나가지 않고 밥 세끼를 꼬박 찾아먹는다고 아내들이 그
?런 남편을 ‘삼식이’라고 부른답니다. 사실 그 남편은 나가지 않는 것이 아니
?라 돈이 없어 못나가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노후 대책이 없는 퇴직은 부부에
?게, 지인들에게 악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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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사회에서 많은 행복은 돈이 있어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진국은
?생존에서 벗어나 생활을 하라고 사람들을 복지 제도로 배려하지요. 사람답게 살
?려면 먹고 사는 일을 뛰어넘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 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나라는 제도를 갖추어 사람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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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노인에게 지하철 요금을 받지 않고, 노인 수당을 지급
?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삶의 질을 높이라는 뜻일 겁니다. 지금 노인들은 무료 지
?하철을 이용하여 친구와 천안까지 갈 수 있고, 부부가 가까운 산에 다녀올 수
?있지요. 그 때문에 나라 살림이 어려워져도 노인들이 즐겁게 산다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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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도 지난 주 국무총리가 지하철 재정 적자를 두고 노인들 무료 승차를 지
?목하였습니다. 노인들을 공짜로 태워줄 필요가 있냐는 것이지요. 국무총리는 노
?인이 집에서 나오지 않고 가족에게 짐이 되었을 때 벌어질 일을 생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자칫하면 노인 의료비가 지하철 재정 적자보
?다 더 클 것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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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기왕 이렇게 말이 난 김에 나라에서 모든 노인에게 한 달에 100만원씩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급하지 않은 국가 사업 하나만 안 해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노인들이 손주에게 맘껏 용돈을 줄 수 있고, 갖고 싶거
?나 먹고 싶은 것도 손쉽게 살 수 있겠지요. 지금보다 훨씬 더 사람답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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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대한민국 여기저기에서 수많은 노인이 매달 100만원씩 쓰는 바람에 지
?역 경제 사정도 좋아지고, 우리 사회에서 노인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겁니
?다. 자식들은 나이든 부모님과 한 집에서 함께 사는 것을 축복으로 알 겁니다.
?오래오래 사시라고 아침저녁 문안을 드리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