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여행 첫날 오전 – 한국인 위령탑, 만세 절벽…
사이판에 가는 정기 항공기가 매일 밤 8시 30분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행기
가 늦어져서 우리는 9시 넘어 출발했지요… 사이판까지는 4시간 5분 걸린다고
안내하대요.. 그리고 정확히 사이판에 새벽 1시 10분에 도착했어요… 그곳 시
간으로는 2시 10분입니다. 호텔에 가니 3시였어요….
아침 10시에 일어나 가이드를 따라 첫 관광지로 출발하였습니다. 처음 도착한
곳이 한국인 위령탑입니다. 이 탑은 5대양 6대주를 상징하여 만들었다네요…무
궁화 형상도 있고, 꼭대기에 있는 비둘기는 한국을 향해 앉아 있어요… 1981년
에 세웠는데, 한국 정부와 상관없이 개인이 모여 세운 탑이라고 해요… 탑 여기
저기를 보니 “걸스카우트 대구 지부, 구리 한국 리틀 야구단”에서 세운 비가 있
더라구요…
거기를 떠나 숲 속으로 난 길을 따라 만세 절벽으로 갔어요… 일본이 미군과
싸우며 3개월을 버티다가 끝내 패전하면서, 천황 명령에 따라 일본군 3천명
이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치며 뛰어 내린 곳입니다. 무엇이 그런 야만을 가능하
게 할까요? 푸른 바다는 말없이 그냥 그곳에 있을 뿐입니다. 만세 절벽에 부딪치
는 푸른 파도를 보면 지금이라도 뛰어들고픈 충동을 느끼게 할만큼 아름답습니
다.
만세 절벽에 있는 기념탑들은 우리 위령탑에 비해 화려합니다. 일본에서 가져
온 고급 대리석으로 만든 것도 있습니다. 철강 노조, 대학에서도 기념비를 세운
것을 보니 죽은 군인 중에 그 공장, 그 대학 출신자가 있었나 봐요. 어떤 사람
이 죽은 다음에도 산 사람이 그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은 아주 소중한 일이지
요… 물론 “세계평화”를 기원하면서도 “순국동포”를 기리며 “황기 몇 년”으로
적는 것을 보면, 아직 일본 사람들 중에는 “전쟁”을 비극으로 보지 않고 “패
전”을 비극으로 보는 사람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곳에 “하프 플라워”라는 꽃이 있었어요…. 꽃잎이 한쪽
만 붙어 있는 꽃이라서, 그렇게 부른다네요…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위쪽으로
는 꽃잎이 없지요? 이곳 비극을 이 꽃이 미리 알았던 것일까요? 활짝 피지 못하
고 죽을 사람이 많은 것이라는 것을…
거기서 멀리 산을 바라보면 자살 절벽이 보입니다… “옥쇄”하는 군인을 보면
서 민간인도 따라 자살한 곳이지요.. 민간인은 무서워서 뒤에 있는 사람더러 밀
어달라고 했다는군요… 기록 영화에서 본 기억이 나네요…. 절벽으로 기어 올
라가는 일본인, 낙엽처럼 절벽에서 날리던 사람들…
거기서 새 섬으로 갔어요… 사진 한 가운데 있는 섬입니다. 새들이 밤이면 둥
지로 돌아와, 자는 작은 섬이지요.. 절벽에서 손에 닿을 듯한 거리에 있어
요…. 달 밝은 밤이면 새똥에 있는 인에서 나는 빛 때문에 섬 전체가 환하게 빛
난대요…. 낮에보아도 무지하게 아름답더군요…
새 섬에서 차로 조금 떨어진 곳에 grotto라는 스쿠버 연습장이 있습니다…. 일
본 사람 한 무리가 장비를 메고 그 동굴로 내려갔어요… 보기 좋대요. 우리처
럼 관광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저렇게 테마를 정해 오는구나 싶대요…. 선진국
국민들의 휴가 문화가 그렇더군요… 이 동굴은 보통 때는 푸른 색이 도는 동굴
인데 하루에도 몇 번씩 색이 바뀐다는군요… 오른쪽 사진 저 아래에 사람이 보
이지요… 이 동굴로 들어가면 물 속에서는 바다로 연결된다고 합니다. 텔레비전
에서 보던 광경을 상상하라는군요… 열대어가 물살을 헤치며 내 주위를 감싸고
다니며, 머리 위로는 밝고 파란 빛이 내리 쏟아지는 바닷속 장관을….. 우리 일행 중
에 경상도 사람이 “엄마야,멋있다. 쥑인다”한 곳이지요..
사이판 일본 사령부는 숲 숙 동굴을 교묘하게 파고 만든 곳에 있더군요…. 미
군이 일본 사령관을 찾으려고 숲 속으로 보름 동안 함포를 엄청나게 퍼부어 댔는데도
결국 못잡았답니다. 사이판을 점령하고도 6개월 뒤에서야 발견하였다고 하니, 정말 위
장이 잘된 곳입니다… 앞쪽으로는 구부리고 들어갈 정도로 좁은 구멍이 있고, 뒤로
는 시멘트로 옹벽을 만들어 놓았어요… 제가 서 있는 곳이 뒤쪽입니다. 사령부로 쓰
이던 곳은 교실 한 칸도 안 되는 작은 곳이었습니다….. 안쪽에 기둥이 있구요. 그
한 구석에 이상한 위패가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령관이 할복하고 죽은 곳이라
는군요… 위패 앞에 쓰레기 같은 것이 있지요… 사실은 일본인이 과자를 제물로 삼
고 담배로 향불을 피워, 잠시 묵념하고 가기 때문이라네요… 그 사령관을 대단히 존
경하는 것 같더군요….
사령부 앞쪽 공터에 일본인들이 쓰던 1930년대 무기들을 전시했는데, 그 당시 벌써
그 정도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니 싶대요…. 미약했던 우리가 지금 어느 한 부분이나
마 일본과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자랑스럽더라구요….
이것으로 첫날 오전 일정을 모두 끝냈습니다. 호텔로 돌아와 호텔 옆에 있는 바
닷가에서 우리 부부는 사진 한 장씩 찍었습니다…. 정말 깨끗하고 맑고 푸른 곳
이지요?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지요… 마지막으
로 이곳 사이판 생활 필수품 세 가지를 소개하지요…. 모자, 선글라스, 선탠 크
림 – 특히 선탠 크림은 틈나는 대로 바르셔야 합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하루
만 쐬어도 “안 모”씨처럼 새카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