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는 씹고 말은 하고

제 목
고기는 씹고 말은 하고
작성일
2009-03-6
작성자

고기는 씹고 말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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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현관에 들어서며 ‘엄마, 배고파’하였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부
?분 엄마들은 알아서 아이에게 밥을 챙겨 줄 겁니다. 그러나 틀렸습니다. 신경질
?적인 아이라면 ‘누가 밥 달래?’하며 짜증을 낼지 모릅니다. 졸지에 눈치 없는
?엄마가 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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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그 말로는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엄마는 그 다
?음 말을 재촉하는 것이 더 현명합니다. 가령 ‘고구마 삶아줄까?’라든지, ‘통
?닭 시켜줄까?’처럼 말해야 합니다. 아주 빨리 알고 싶으면 ‘배고픈데, 날더러
?어쩌라고?’처럼 물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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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을 빼려고 일부러 굶은 아이라면 ‘엄마, 배고파’라는 말 다음에 ‘힘들다’
?를 덧보탤지 모릅니다. 그럴 때 아이는 먹을 것이 아니라 엄마의 위로와 격려를
?원하는 것입니다. 엄마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배고픈 상황이 되었다면, 그 다음
?말은 약속을 지키라는 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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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지요. 그러니 이
?쪽에서도 내 생각을 제대로 전하려면 또박또박 끝까지 말해야 합니다. 내가 어
?느 정도 말했으니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하면 생각지 않은 일이 벌어집니
?다. 그쪽 기준으로 판단하여 그쪽 편한 대로 행동하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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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워낭 소리’는 나이 많은 부부와 나이 많은 소를 소재로 한 영화입니
?다. 영화가 끝나며 자막에 ‘아버지와 소를 위해 만들었다’고 감독이 밝혔습니
?다. 자식을 키우느라고 헌신하는 과정을 봐달라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영화를
?본 사람들은 늙고 병든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다고 자식들을 탓하거나, 할머니를
?들먹이며 여성을 차별하는 영화라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늙은 소가 불쌍하다며
?동물 학대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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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길거리에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전도자를
?봅니다. 뭔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충분치 않습니다. 교회를 다니라는 것인
?지, 예수를 존경하라는 것인지, 예수를 따르라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 사
?람이 줄줄 외는 성경 구절도 예수가 진짜 한 말인지, 예수가 그런 식으로 말했다
?고 제자가 한 말인지, 심지어 그 말을 한국어로 정확히 옮긴 것인지도 의심스럽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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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영화 감독과 전도자가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으면 오해가 쌓이기 쉽습니
?다. 시간이 들더라도 넉넉히 자기 생각을 드러내야 합니다. 물론 만나서 이야기
?하려면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성경 글자 하나라도 고치면 안 될 것처럼 고집하
?거나 아예 상대방이 말을 할 수 없게 하면, 오해가 더욱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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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지금처럼 복잡한 사회에서 상대방 말에 힘들여 귀를 기울이는 것은 오해
?가 쌓여 생길 수 있는 후유증을 줄이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이 시끄럽고 거
?추장스러운 것 같아도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그게 더 낫다는 것이지요. 목청 좋
?은 사람이 주도하지 못하게 하여 언로를 다양하게 보장하는 것이 사람끼리 어울
?려 사는 순리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