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전두환 전직 대통령
다시 보는 전두환 전직 대통령
?
? 전두환 전직 대통령은 우리나라 1980년대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사람입니다. 엊
?그제 그 대통령이 김수환 추기경 죽음을 애도하려 명동성당을 찾았는데, 뒷짐을
?지고 유리관을 물끄러미 쳐다보더군요. 그런 모습에 아직도 1980년대 서슬 퍼랬
?던 절대자의 흔적이 엿보입니다.
?
? 얼마 전 어느 일간지에 기막힌 이야기가 소개되었습니다. 절친했던 대학 친구
?가 한 사람은 공수부대 군인이 되고, 또 한 사람은 공장 노동자가 됩니다. 그런
?데 그 친구가 1980년 광주 진압군으로 투입된 뒤로 오늘날까지 정신병자로 삽니
?다. 또 한 친구는 뒤늦게 변호사가 되어 정신병자가 된 친구를 최근에 국가유공
?자로 인정받도록 도와주었습니다.
?
? 국가가 국민에게 저지른 폭력 과정에서 광주 시민뿐만 아니라 진압군으로 투입
?된 군인도 희생자였다는 겁니다. 절대 권력 앞에서 개인이 지닌 순수한 의지는
?아주 무기력하였고 쉽게 상처받았습니다. 더구나 그 커다란 그 후유증을 개인이
?모두 겪어내야 했습니다. 이런 역사에서 ‘국가는 반드시 도덕적이어야 한다.’
?는 교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 지난 1월 어느 경찰청은 경찰관들에게 인터넷 여론 투표에 적극 참여하라고 문
?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용산 철거민 참사는 과잉 진압이 아니며 정당하게 공권
?력을 행사한 것으로 여론을 형성하라는 것입니다. 그 지시에 따라 몇몇 경찰관
?은 아마도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신문사 여론 투표
?에 참가했을 겁니다. 국가가 개인에게 비도덕적인 짓을 강요한 셈이지요.
?
? 빚보증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일단 도장을 찍으면 돈을 꾼 사람
?이 그 돈을 다 갚을 때까지 보증인도 빚진 사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제 시
?대 최남선과 이광수가 변절하여 일본에 협력한 것을 우리는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 사람들도 처음에는 고뇌를 했겠지만, 어느 순간 도장을 찍으면서 일제가 망
?할 때까지 한 몸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선한 시민이 광주 진압군이 되
?어 영혼이 망가지듯, 지시에 따른 경찰관도 자기가 한 짓을 두고두고 껄끄러워
?하겠지요.
?
? 최근 사이코패스 한 사람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살인한 것을 두고 사람들은 놀
?랍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가 조금씩 사람들에게 비윤
?리적인 일을 강요하며, 생각 없는 사람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어느새 우리 사회
?는 도덕과 양심에 조금씩 무디어지고 돈을 밝히면서 사이코패스가 되었습니다.
?그 살인자는 정도가 심한 사람이었지, 알고 보면 결코 낯선 사람이 아니었지
?요.
?
? 실수한 것을 인정하는 것도 용기입니다. 그런데도 국가가 잘못을 덮으려고 거짓
?말을 강요한다면 사람들에게 아무 것도 생각지 말라는 뜻입니다. 지시에만 따르
?라고 횡포를 부리는 것이지요. 크고 작은 일에서 국가가 국민들의 영혼을 조금
?씩 망가뜨리고, 그런 일들이 도덕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상처가 되어 훗날 어떻
?게 드러날지를 생각지 않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