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고 죄송한 승리-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제 목
미안하고 죄송한 승리-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작성일
2009-02-6
작성자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을 두고 국민들은 절반이 넘는 숫자로 자기 생각을 드러
?냈습니다. 이 일은 경찰이 과잉 진압하여 생긴 참사이며, 경찰 책임자가 사퇴해
?야 하고,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진실을 외면하려는 사람들
?은 평범한 용산 서민들을 오히려 테러분자로 몰아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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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호주에 사는 어떤 교민이 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교민은 요
?즘 우리나라가 과거 70~80년대와 많이 달라졌다고 하였습니다. 그때가 산업 사
?회로 들어서던 시기였으나 그래도 그때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것처럼 “옛날에는 인정이 많았는데.”를 지적하는
?것인 줄 알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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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그 교민은 뜻밖에 요즘 한국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
?는다고 하였습니다. 술좌석에서 사람들은 각자 이야기하고, 교실에서 교사와 학
?생은 따로 놀고, 국가는 국민을 바라보면서 머릿속으로 딴 생각을 한다. 심지어
?가정조차 가족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다. 그때는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지금
?처럼 상대방을 소홀히 여기지는 않았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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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교민은 선진국이란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에 절실하
?게 귀를 기울이는 나라라고 하였습니다. 소수의 주장에 다수가 귀를 기울이는
?지, 심지어 단 한 사람을 위해 나머지 사람들이 법과 제도를 고쳐가며 양보하는
?지가 그 사회의 성숙도를 드러내준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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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24일 경향신문에 “머리 숙인 승리”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미국 어
?느 두 학교 여고생들이 농구 시합을 했는데, 한쪽이 100대 0으로 이겼습니다. 시
?합에 진 학교는 여학생이 20여 명이었고 모두 특수 학생이었으며, 그 중 8명이
?농구부였습니다. 그래서 이긴 학교 임원이 진 학교를 찾아가 사과하고 용서를 빌
?었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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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 학교 체육 교사는 특수 학생들이 일반 학생과 시합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자랑스러웠다고 하였지요. 그래도 이긴 학교 임원들은 그게 아니라는 겁니
?다. 이기는 것이 예상되었고 점수와 상관없는 시합에서 일반 학생들이 약자를 배
?려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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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기사를 읽으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너무 엄청나게 차이가 나도 미안해하
?는 사회. 집중력이 부족하고 주의가 산만한 학생들을 좀더 배려하는 사회. 그게
?선진국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그런 사회가 될까요? 아흔아홉을 가진 사
?람이 하나를 가진 사람들에게 늘 죄송해하고, 권력을 쥔 사람들이 힘없는 백성들
?에게 늘 미안해하는 사회가 되려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책상을 탁 쳤
?더니 (조사받던 김종철이) 억하며 죽더라.”같은 코미디가 언제나 사라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