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손님이나 다 왕일까?
음식점 주인들이 갈수록 식당을 꾸려나가기 어렵습니다. 연초부터 광우병 파동
?으로 소비자들이 입맛을 바꾸더니, 잊혀질만하면 조류 독감이 기승을 부려 닭고
?기와 오리고기 매상을 바닥 치게 합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시작된 멜라민 파동
?으로 소비자들이 외식을 점점 외면하는데, 텔레비전에서는 더럽고 추잡한 식당
?위생 상태를 폭로하여 식당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요즘에
?는 음식점 세 집에 하나 꼴로 폐업한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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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식당 주인을 모두 도둑놈, 사기꾼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웬만하
?면 친척 중에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알고 보면 식당 주인은 그냥
?이웃에 사는 소시민일 뿐입니다. 지금은 대형 음식점과 전문 음식점이 아니면 제
?대로 돈을 벌지 못합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회사원 또는 공무원으로 가족
?을 부양하듯이, 식당 주인은 음식을 팔아 가족을 뒷바라지하는 사람일 뿐입니
?다. 얼마 안 되는 돈을 다 털어 가게를 열었는데, 손님에게 일부러 불친절하게
?대하고 일부러 불결한 음식을 먹여 빨리 망하고 싶은 사람은 더더욱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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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가게도 불친절하다고 어떤 손님들은 말합니다. 그러나 들여다 보면 불친절
?한 것이 아니라 손님 접대에 미숙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식당 직원을 구하기 힘
?들 때는 하루하루 사람을 구해 채우거나, 심지어 몽고인 같은 외국인이 그 빈자
?리를 채우기도 합니다. 그래서 손님의 일상적인 주문을 알아듣지 못할 때가 많지
?요. 일부러 불친절한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손님이 ‘아이들 먹을 수 있도록 아
?주 심심하게’처럼 섬세하게 요구하거나, 그 집 메뉴에 없는데도 뜬금없이 ‘돈
?가스, 계란말이’를 요구하면 전혀 알아듣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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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령 한국인 정규 직원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들은 대부분 손님 접대 요령을 백
?화점 직원처럼 철저하게 훈련받은 사람이 아닙니다. 남편을 경제적으로 도와주거
?나 아이들 학비를 대려고, 어느 날 가정에서 사회로 나온 사람들이지요. 그래서
?일하다가 짬만 나면 아이들이 학교에 제대로 갔는지, 병든 어머니가 제때 식사하
?셨는지 휴대전화로 확인하는 사람들이지요. 식당 사장이 손님에게 친절하게 응대
?하라고 하여, 그런 걱정을 누르고 반가운 얼굴로 손님을 대하려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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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에 대고 손님이랍시고 ‘야, 빨리 가져와.’하며 반말로 말해보세요. 술에
?잔뜩 취해서 손님 옆 자리에 앉아 음식 시중을 들지 않는다고 소리쳐보세요. 온
?갖 생각을 억누를 만큼 자기 수양이 되지 않고는 그 손님에게 친절하게 대할 수
?없습니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이 식당을 온통 헤집고 뛰어다녀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식당에서는 제대로 말도 못합니다. 그래놓고 갈 때는 ‘눈치가 보였
?네, 기분 나쁘네.’하고 말합니다. 그리고 누구든 음식에 일부러 머리카락을 넣
?지 않습니다. 그러니 집에서 하듯 조용히 처리하면 오히려 식당에서 더 잘 대접
?할 겁니다. 엄청난 범죄라도 밝혀낼 것처럼 소리 지르며 다그칠 일이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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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때는 다섯 사람이 와서 3인분을 시키고 이것저것 빈 그릇을 계속 채워달라
?고 합니다. 돈은 3인분을 내고 5인분 음식을 요구하면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
?고 불평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서비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자기 감정을 완
?벽하게 다스리지 못하면, 상식적으로 일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말하
?자면 조그맣고 가난한 식당에서는 일부러 불친절한 것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친절
?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