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를 그만 올리시오

제 목
임대료를 그만 올리시오
작성일
2008-11-13
작성자

남의 건물에 가게를 얻어 장사하다가, 장사를 그만두어야 할지 고민하는 세입
?자들을 최근 여러 명 만났습니다. 모두 한 자리에서 3년을 넘긴 사람들이었지
?요.
? 한 사람은 시세보다 약간 싸게 가게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넉넉할 것
?같은 건물주를 믿고 그 세입자는 그 가게에 1억 원이 넘게 투자하여 창고 같던
?가게를 멋진 한정식 집으로 바꿔놓았습니다. 그 뒤 무지하게 고생하여 이제 겨
?우 현상 유지할 수준에 이르렀는데, 얼마 전 건물주가 보증금과 월세를 3곱, 4
?곱으로 올려달란다는 겁니다. 엄청난 시설비를 인질로 삼아 가게를 그만둘 수
?없게 하고, 건물주는 “네가 어쩔 수 있냐?‘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거지요. 건
?물주가 처음부터 계획한 것이며 세입자는 그 동안 속은 거지요.
?
? 또 한 사람은 자기 가게가 이웃보다 장사가 잘 된다 싶으니까 건물주가 주변
?시세와 상관없이 보증금과 월세를 2곱으로 올려달란다는 겁니다. 건물주 요구대
?로 월세를 한 달에 150만원 올려주려면 하루 5만 원쯤 이익을 더 내야하고, 그
?러려면 적어도 15만 원 이상 매출을 늘려야 합니다. 말하자면 하루에 손님을 20
?명 이상 더 치러야 하는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 날마다 그만큼 손님이 늘겠냐
?는 거지요. 손님이 늘지 않으면 싸구려 식재를 구입하여 음식 질을 떨어뜨리거
?나, 일상 경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는 거지요.
?
? 마지막 한 사람은 너무 지쳤다고 하였습니다. 건물주가 기준과 원칙이 없고 호
?경기와 불경기에 상관없이 아무 때나 보증금과 임대료를 조정하여 세입자들을
?흔든다는 거지요. 세입자들이 오죽하면 건물주가 용돈이 떨어지면 임대료를 올
?린다고 농담을 한답니다. 건물주 때문에 앞으로 마음 고생할 생각을 하니까 그
?동안 자리를 잡느라고 고생한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며, 그 가게를 더 꾸려나가
?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
? 어느 나라 동화책에서 읽은 것입니다. 어느 소년에게 그 마을 어른들이 100
?원, 500원 동전을 놓고 집어 가지라면 그 소년은 100원 짜리를 고릅니다. 그 마
?을 어른들은 바보 같은 놈이라며 그 아이를 볼 때마다 동전 두 개를 놓고 또다
?시 시험해 봅니다. 물론 아이는 늘 100원짜리를 고르지요. 아시겠죠? 아이가 바
?보가 아니라 어른보다 더 약은 거지요. 아이가 욕심을 부려 500원을 집는 순
?간, 100원짜리를 집을 기회도 영영 사라집니다. 말하자면 인간은 다 알면서 서
?로 적당히 배려할 때 관계가 지속될 수 있지요.
?
? 건물주는 임대할 건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입자보다 부자입니다. 물론 이왕
?이면 임대료를 많이 받고 싶겠지요. 그래도 이 어려운 시절에 세입자와 좋은 관
?계를 지속하려면 세입자의 형편과 역량을 고려하여 적당히 서로 살 길을 찾아
?야 합니다. 그런데도 지금 대부분 세입자는 ‘흡혈귀에게 가족들의 피와 땀을
?빨리는 것 같다.’며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니 건물주는 세입자 위에 군림하며
?자기 욕심껏 착취해서는 안 됩니다. 일벌이 없으면 여왕벌도 아무런 의미가 없
?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