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찍히는 게 더 두려울까?

제 목
누구에게 찍히는 게 더 두려울까?
작성일
2008-09-19
작성자

같은 여당이라고 해도 행정부와 입법부가 때로는 생각이 달라야 합니다. 행정부
?가 독주할 때 입법부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곳이니까요. 그러나 우리 현대사에서
?입법부는 행정부의 시녀라고 부를 만큼 제 몫을 못했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국
?회는 정부가 내놓은 법률안을 통과시켜주는 ‘통법부’라고 비아냥댈 정도로 행
?정부의 판단을 합법화해주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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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은 우리나라 대통령을 두고 법학자들이 ‘임금님 같은 대통령’이라고 할
?만큼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
?은 자기 당 국회의원 후보를 공천하였습니다. 말하자면 어느 국회의원이 대통령
?에게 밉보여 한 번 찍히면, 그 당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기 어려웠습니다.
?여당 국회의원들이 자기 당 대통령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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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평론가나 언론에서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지금 무기력하다고 지적합니다. 제
?대로 정책 대안도 내지 못하며, 당대표나 원내대표가 한 마디 했다가도 대통령
?눈치를 살피며 다시 거두어들인다는 겁니다. 거대한 여당이 지나치게 침묵하면
?서, 아직도 과거의 제왕적 대통령 때 사고방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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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극을 보노라면 임금이 절대 권력을 쥐었어도, 충직한 신하는 ‘이게 아니다’
?라고 생각하면 반대 상소를 올려 임금의 판단에 맞섭니다. 그럴 때 임금과 신하
?가 서로 상처받지 않고 그 일이 잘 마무리되어야 할 겁니다. 그러나 임금이 권력
?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이므로, 대개는 신하가 임금에게 밉보이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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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임금은 임기가 없기 때문에 임금에게 찍히면 그 신하는 언제 다시 등용
?이 될지 모릅니다. 임금이 장수하면 관직에서 영원히 박탈된 것이나 같지요. 그
?런데도 그 신하가 임금에게 맞서는 것은 백성에게 찍히거나, 그 시대의 가치관
?과 사상에 찍하면 그 결과가 영원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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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 어떤 사람에게 밉보이는 것은 그 끝이 보인다면, 보수 사회에서 진보를 추
?구하는 식이라면 그 끝을 알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한 사업자가 어느 공무원
?과 맞지 않으면 그 공무원이 다른 부서로 갈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하지만 공
?무원 사회 또는 공무원 방식과 맞지 않는 일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그 조직이 무
?너질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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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지금 여당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집권 말기가 되어 권력에서 힘이 빠질
?때까지 할 말을 억누른다면 아주 비겁한 겁니다. 대통령에게 제 때 해야 할 말
?을 못하고, 유권자에게 찍히는 것보다 대통령에게 찍히는 것을 더 무서워한다는
?뜻이지요. 그런 사람은 유권자의 욕구를 대변하지 않고, 대통령의 권력을 대변하
?는 사람일 뿐입니다. 때가 되면 다음 대통령 후보에게 또다시 줄을 설 겁니다.
?자신의 철학과 유권자는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