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군신신부부자자
어떤 임금이 공자에게 어떻게 해야 나라를 제대로 다스릴 수가 있냐고 물었을
?때 공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군
?군’에서 앞 글자는 ‘임금’이라는 뜻이며, 뒤 글자는 ‘임금다워야 한다.’로
?풀이합니다. 그러므로 이 말은 대체로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며 신하는 신하다
?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며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로 해석합니다.
?
? 그러나 공자가 임금에게 대놓고 한 말이므로 ‘임금인 네가 임금답게 처신하면
?된다.’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즉, 신하와 아비와 자식은 말하는 김에 양념으
?로 들어간 것이고, 공자는 임금이 임금 노릇을 똑바로 하면 된다고 말한 겁니
?다. 임금이 딴 짓하지 않고 정도를 걸으면 나라가 잘 돌아간다는 것을 강조한 말
?이지요.
?
? 그런데 이 말도 때로는 묘하게 바뀝니다. 1970년대는 ‘10월 유신’을 발표하
?고 박정희 대통령이 종신 대통령이 되어 우리나라를 통치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대학생들은 교수들을 유신 통치를 지지하는 어용 교수와 민주화를 바라는
?교수로 나누었습니다. 물론 절대 권력을 업은 어용 교수가 대학 사회를 흔들었지
?만, 도덕적으로는 학생들에게 교수로 대접받지 못했습니다.
?
? 그런 어용 교수 한 사람이 어느 날 칠판에 이 여덟 글자를 쓰더니 학생들에게
?그 뜻을 물었습니다. 학생들은 반가운 마음에 ‘공자 말에 따르면 지금 대통령
?은 대통령답지 않다.’고 지적하였지요. 그랬더니 그 교수는 공자가 그런 뜻으
?로 말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임금은 임금이고 신하는 신하라는 겁니다. 즉,
?임금이 임금답지 못해도 임금이니까 바꿀 수 없으며, 너희들은 신하답게 신하 몫
?을 하라는 겁니다.
?
? 그때 많은 학생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이쪽에서 ‘교수가 교수다워야 한다.’
?를 지적하니까, 저쪽에서는 ‘학생은 학생으로서 도리가 있다.’로 대응한 것이
?지요. 같은 말을 저렇게 받아들일 수 있구나 싶어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알고 보
?니 어용 교수도 등급이 있었습니다. 독재를 숙명으로 확신하는 어용 교수와 독재
?가 두려워 굴종하는 어용 교수가 있었던 것이지요.
?
? 일제에서 벗어난 지 63년이 지났어도 텔레비전과 잡지에서는 여전히 광복되지
?않은 현실을 보여줍니다. 친일파 후손들은 지금도 떵떵거리고 잘 삽니다. 독립운
?동가 후손들로 제대로 앞가림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독립군이 해방시킨 땅에서
?‘누가 뭐래도 일본은 일본이다.’를 믿고 의지했던 일제 앞잡이 후손들이 활개
?를 치는 꼴입니다.
?
? 2008년 우리 사회 분위기가 젊은 세대들에게는 엄청난 변화이겠지만, 기성세대
?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강제 진압, 언로 통제, 미국 의존, 수출 입국, 남
?북 경색, 관치 경제, 시국 선언, 땡전 뉴스, 단식 투쟁,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처럼 1970년대를 상징하는 단어로 남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 ‘임금은 임금이
?다. 밀어붙이는 것도 정치다.’라는 구호가 되살아날까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