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을 축하합니다

제 목
낙선을 축하합니다
작성일
2008-04-11
작성자

고위직에서 은퇴한 분을 만났습니다. 테니스 실력이 현직 때만 못하고, 화투판
?에서도 돈을 잃는다며 예전 실력이 줄었다는 겁니다. 그거야 당연하지요. 현직
?때 어느 직원이 윗사람과 게임을 하며 진짜로 이기겠습니까? 그 분은 아랫사람들
?이 그런 식으로 대접했다는 것을 지금까지 몰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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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단속이 주된 업무인 공무원은 불법을 저지른 시민에게 군림하기 쉽습니
?다. 직무가 그런 것뿐인데도 어떤 때는 인격적으로 권력을 쥔 것처럼 행동하지
?요. 어떤 교장은 학부형을 쥐락펴락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장관이
?되자마자 옛 사람과 제도를 바꾼다며 모든 것을 맘껏 흔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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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직무는 단지 그 자리에 있을 때 당연히 해야 할 업무였고 잠시 맡았던
?것이므로, 그 자리를 떠나면 그것으로 끝납니다. 사람들이 더 이상 대접하지 않
?습니다. 그런데도 그 권력에 취한 사람은 마치 그 힘을 영원히 쥔 것처럼 착각합
?니다. 어떤 때는 그 자리를 떠나고도 그 영향력을 놓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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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고향 마을에 정착한 전직 대통령이 오히려 현직 때보다 인기가 더 높다고
?합니다. 대통령이라는 절대 권력자에서 순식간에 시민으로 돌아온 현실을 많은
?사람들이 눈으로 확인한 탓일 겁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작은 권력을 쥐고도 놓
?지 않으려 하므로, 이런 사례가 그만큼 흔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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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선거를 치를 때마다 많은 후보자가 국민을 섬기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
?작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 달콤한 권력을 잃지 않으려고, 또는 얻으려고 하는 것
?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검은 돈을 뿌리고 거짓말을 예사로 하고 상대방을 비난해
?서라도 당선되려고 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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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엊그제 총선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당선된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낙
?선하였습니다. 능력은 있는데 정당을 제대로 업지 못한 후보자도 있고, 정당을
?업고도 실패한 후보자도 있겠지요. 낙선한 후보자는 하늘이 꺼질 것처럼 고통스
?러울 겁니다. 그러나 한 쪽으로는 유권자 절반이 투표에 참가하지 않을 만큼 아
?주 무심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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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낙선은 후보자를 더욱 성숙하게 합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권력은
?아니었는지, 수많은 사람을 왜 만났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할 겁니다. 그 동
?안 내가 돈을 딸만한 실력을 키우지 않고, 상대방이 돈을 잃어주기 바랐다는 것
?도 깨닫겠지요. 결국 내 정당을 좋아하고 내 뜻에 적극적으로 동조해주는 사람
?을 평소에 많이 만들어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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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당선자는 초심을 잃지 말고 권력에 취하지 마셔야 합니다. 축하는 4년 뒤
?선거에서 다시 당선된 다음에 하겠습니다. 낙선자는 기운을 추슬러 뼈아픈 실패
?를 4년 뒤 희망으로 바꾸십시오. 그때 이번 낙선 몫까지 합해 크게 축하하겠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