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좀비입니다.

제 목
나는 좀비입니다.
작성일
2008-03-28
작성자

공포 영화에서 좀비는 ‘살아 움직이는 시체’로 등장합니다. 몸이 죽었으나 영
?혼이 몸에서 빠져 나가지 않아, 시체가 영혼의 지배를 받으면서 마치 산 사람처
?럼 여기저기 돌아다닙니다. 그래서 산 사람들은 좀비를 당해내지 못합니다. 이
?미 죽은 사람이므로 다시 죽일 수 없기 때문이지요.
?
? 좀비는 원래 서인도 제도 아이티 섬에서 유래된 말인데, 조지 로메로라는 사람
?이 영화 속 인물로 만든 것입니다. 유럽인들이 아이티 사람을 저임금 노동력으
?로 유럽에 대량 공급할 때, 아이티 사람에게 마약을 먹여 죽은 거나 다름없게 만
?들어서 데려 갑니다. 그리고 이 아이티 노예를 구입한 농장주도 틈틈이 마약을
?먹여 기억을 잃어버리게 하여 탈출을 막습니다. 이렇게 육체는 있으나 영혼이 마
?비된 사람이 좀비였지요.
?
?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어떤 남편이 아내에게 투덜대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사람아, 내가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당신 잔소리 때문에 자꾸 실수하잖아. 당신
?이 멀쩡한 사람을 잔소리로 버려 놓은 거야.’하고 말이지요. 그때 좀비가 떠오
?르더군요. 멀쩡한 사람, 또는 멀쩡한 청소년에게 끝없이 잔소리를 하면 좀비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잔소리가 영혼을 죽이는 마약이라서 그 사람
?은 자기 의지대로 살지 못합니다.
?
? 그래도 그 남편은 혼자 살지 않고 아내의 잔소리에 젖어 삽니다. 그것은 잔소리
?에 영혼이 마비된 좀비가 아니라, 사랑에 마비된 좀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좀비는 영화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들이 모두 좀비라 할 수 있습
?니다. 직장인은 돈 때문에 영혼이 서서히 마비되어 좀비가 됩니다. 먹고 사는 것
?이 힘든 탓인지 인정머리가 없어지고 삭막해졌다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 그
?사람이 드디어 완전한 좀비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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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때 후보자로 도전하는 사람 중에도 권력에 영혼을 팔아 육체만 남은 좀비
?가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당선되면 공약은 금방 사라져 버리고 당 지도부 지시
?에 따라 물불을 가리지 않는 좀비가 됩니다. 유권자 중에도 어느 정당 좀비가 되
?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각 정당이 내건 약속을 이모저모 따져 보지 않고 특
?정 정당을 무조건 찍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선을 베푸는 종교인이라면서 뒤로는
?증오를 부추깁니다.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고, 다른 종교를 부정하면서 좀비로 삽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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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옛 성현들이 해탈이라고 표현한 경지는 좀비에서 벗어나 영혼과 육체가 완
?전히 자유로운 상태를 일컫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잔소리에 얽매이지 말고, 돈
?욕심에서 벗어나야 하며, 권력욕을 멀리 해야 합니다. 물론 학연과 지연에 파묻
?혀 판단력이 흐려지면 안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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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이라면 도시를 벗어나 농어촌, 산간에서 살아야 좀비 상태에서 조금이
?라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도시에 사는 좀비들이 틈틈이 영혼
?을 회복하려고 시골로 놀러가고, 주말이면 야외에서 텃밭이라도 일구려 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우리도 북유럽 선진국처럼 사는 곳에서 모든 사람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 때가 있겠지요. 물론 노력하기에 따라 그 시간이 단축될 수 있을 테
?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