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세탁, 경력 세탁, 인생 세탁

제 목
학벌 세탁, 경력 세탁, 인생 세탁
작성일
2007-08-17
작성자

제 친구는 대학에 다닐 때 학군단에 지원하였습니다. 그래서 대학생이면서 장
?교 후보생으로 학교 운동장에서 짬짬이 군사 훈련을 받았습니다. 평소에는 짧
?은 머리를 하고, 학교 표지를 붙인 하얀 상의에 잘 다린 군청색 바지를 입고,
?검은 단화를 신었습니다. 70년대 다른 대학생들은 장발에, 허름한 점퍼, 통기
?타, 꾀죄죄한 몰골이 보편적이었습니다.
?
? 그 친구가 학군단에 지원한 것은 여자 때문이었습니다. 여자 친구와 사귀다가
?막상 여자 부모를 만나려니 여자 부모에게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다는 겁니다.
?고만고만한 대학생 속에서 ‘노래를 잘 한다, 공부를 잘 한다, 똑똑하다’는 것
?은 재벌 2세처럼 구체적으로 내세울 만한 것이 못되었지요.
?
? 그래서 여자 부모에게 보여줄 것으로 장교를 선택했고, 눈처럼 하얀 제복을 입
?은 것이었지요. 그때는 고등학생이 사관학교에 진학해도 출세한 것으로 여기던
?시절이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 유명 인사들이 학력을 속여 자신을 한껏 포장
?하였듯이, 제 친구는 여자 친구 부모에게 내세우려고 장교 군복으로 자신을 포
?장한 것이었지요.
?
? 선거철이 되면 많은 정치 지망생이 잘 나가는 시민단체에 들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그 단체에 가입하고 무슨 분과 위원장을 맡습니다. 위원장은 있으나 위
?원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위원장이 썩 나서서 하는 일도 없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그 정치 지망생이 출마할 때는 ‘무슨 단체 무슨 분과 위원장 역
?임’이라는 경력 한 줄이 추가됩니다. 허위 학력 못지않게 허위 경력을 만들어
?서, 유권자를 속입니다.
?
? 저도 전에 무슨 위원으로 임명된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 이름이 박힌 신분증
?을 주더군요. 과거에는 관변단체 사람들로 자리를 채웠지요. 아는 분이 저를 추
?천하면서 함께 일하자고 하였으나, 실제로는 이렇다할 만한 일거리가 없었습니
?다. 그런데도 그 위원회에 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일을 하거나 말거
?나 그 위원이라는 포장은 그럴듯해 보입니다. 아마 이것도 나중에 좋은 경력으
?로 써먹을 수 있을 겁니다.
?
? 심지어 어떤 사람은 무슨 단체 핵심요원으로 일한다고 하나, 막상 그 단체 사
?람은 그 사람을 알지도 못합니다. 지금 그럴듯하게 보이려고 그 사람은 그렇게
?자신을 포장하였겠지만, 지금 낭패를 겪는 유명 인사처럼 세월이 흘러 나중에
?그 허위 경력이 그 사람의 발목을 잡을지 모릅니다.
?
? 남자들끼리 나이를 들먹일 때 호적이 잘못 되었다면서 나이를 몇 살 올리는 것
?도 ‘너보다 몇 살 위’라고 포장하여 형으로 대접받으려는 속셈입니다. 군대
?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군대를 다녀왔다고 속이고,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해
?병대에 있었다고 속입니다. 해병대를 다녀온 사람은 지금도 해병대 옷을 입고
?다니며 자신을 드러냅니다. 말하자면 모두 그렇게 포장하는 이유가 있지요.
?
? 개그맨이 사람을 웃기면 그만이고, 가수가 노래를 잘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도 우리 사회는 아직도 명문대 출신 가수와 고졸 가수를 달리 대접합니다. 인
?기 가수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새삼스레 뒤늦게 대학에 진학하여 학위를 얻으려
?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지요.
?
? 따지고 보면 모든 사람이 살면서 이렇게 크고 작은 일로 속고 속입니다.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져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장교가 된 그 친구는 어떻게 되었냐
?고요? 지금 다른 여자와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