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사람이 아닙니까?

제 목
대통령은 사람이 아닙니까?
작성일
2007-06-15
작성자

잘 아는 분이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 얼마 전 한 후배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후배는 처음부터 저를 시큰둥하게 보더군요. 학교 선배들이 믿음직스럽지 않
?고, 오히려 선배들한테 실망할 때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선배가 요즈음 언론에 오르내린다는 겁니다.
?
? 그 선배는 1970년대 권위적인 정부 시절부터 운동권 학생이었습니다.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지명 수배를 당하고, 여러 번 투옥되었습니다. 운동권 후배든 아
?니든 그 선배를 아주 좋아했지요. 그러다 현 정부 이후 정치인으로 변신하였
?고, 지금은 공기업 간부로 억대 연봉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공기업
?임원들이 단체로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여론의 표적이 되었는데, 그 선배가 그
?일행에 끼어 있었지요.
?
? 많은 사람이 그 선배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비난하였습니다. 초심을 잃었구
?나. 변해도 너무 변했다. 비도덕적인 행동을 그 선배가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
?부조리에 대항하던 사람이 어느새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
? 그러나 인간적으로 그 선배를 이해할 수 있었지요. 투옥과 고문, 수배가 지긋
?지긋했을 거야. 한 집안 가장으로 평범한 일상을 꿈꾸었겠지. 그래. 고생할 만
?큼 했으니 2억 연봉도 받을만해. 그 자리에서 제 몫을 하면 되는 거지.
?
? 그 선배가 하루아침에 돌변한 것은 아닐 겁니다. ‘이 정도는 괜찮아.’ 하면
?서 기득권에 조금씩 물들었겠지요. 그러므로 어느 한 사람이라도 그 조그만 변
?화를 알고 지적하였더라면 그 선배가 그토록 변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말하자
?면 그 선배를 존경하는 후배와 친구라면 사랑하므로 그 사람이 변한다 싶을 때
?날카롭게 비판했어야 합니다.
?
? 칭찬은 고래조차 춤추게 한다는데, 어쩌면 우리는 ‘이해’라는 이름으로 상대
?방을 타락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하지 않고,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이면서 서로 변화에 무디어지는 셈이지요. 그리고 무슨
?일이 터지고 나서야, 많이 변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
? 그래서 말인데요.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인간적으로 이해하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신부님도 남자인데, 살다보면 그럴 수 있는 것 아닌
?가요? 아닙니다. 신부님은 남자로 살지 않고, 성직자로 살기로 맹세한 분입니
?다. 목사님도 한 집안 가장인데, 그 정도 호사는 누려도 되겠지요? 아닙니다.
?목사님이 잘 먹고 잘 살려고 목회자가 된 것은 아닙니다.
?
? 대통령도 사람인데, 그렇게 대접받으면 화를 낼만한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대통령은 보통 사람보다 더 참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여자가 자꾸 바가지를 긁으
?니까 남편이 바깥에서 바람을 피우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렇다고 사랑한다면
?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는 없습니다.
?
? 그러니 선배는 선배로서, 아내는 아내로서, 임원은 임원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각자의 몫이 있지요. 물론 제대로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후배
?와 저는 서로 초심을 잃지 않도록 서로에게 거울이 되자고 약속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