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불 정책’ 때문에 대학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제 목
‘3불 정책’ 때문에 대학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작성일
2007-03-23
작성자

교육부가 고수하는 ‘3불 정책’을 며칠 전 국립대인 서울대학교가 나서서 폐
?지하라고 하였습니다. “정부의 ‘3불 정책’이 대학 경쟁력 확보에 암초”가
?된다는 겁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다음날 사립대학 총장협의회도 ’3불 정
?책’을 폐지하라고 요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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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시민 단체는 3불 정책, 즉 ‘본고사 금지, 고교등급제
?금지, 기부금 입학제 금지’야말로 학벌 사회, 대학 서열 사회에서 그나마 부작
?용을 최소화하는 장치라고 주장합니다. 그게 무너지면 그때부터 공교육은 무시
?되고, 사교육은 더욱더 기승을 부리고, 계층간 교육 기회는 점점 벌어져 우리
?사회 통합은 멀어진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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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대학에서 학생을 뽑을 때 대학 나름대로 자유롭게 뽑아야 합니다. 그 대
?신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것
?에서 시험을 낸다면, 그것을 대비하여 따로 배운 학생들, 즉 사교육을 살 수 있
?는 학생이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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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자면 경쟁이 근본적으로 불공평해집니다. 이것은 학생들이 음악 시간에 바
?이올린 연주를 배우지 않았는데, 대학에서 바이올린으로 시험을 치르고, 학생
?을 뽑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대학이 본고사로 학생을 뽑고 싶다면 정부
?와 국민에게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존중하며, 학생들이 공교육에서 배운 것으로
?평가하겠다고 약속해야 합니다. 그것을 감독하는 기구를 만든다면 국민들이 대
?학을 믿을 수 있을 때까지 대학이 받아들여야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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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등급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은 성적 우수학교 20등 학생이 성적 부진학
?교 1등보다 낫다며, 그 차이를 입시에서 반영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
?면 성적 우수학교와 성적 부진학교는 학생 자질의 차이가 아니라, 나라가 챙겨
?주어야 하는 여건의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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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모든 고등학교는 나라가 챙겨준 여건이 똑같지 않습니다. 한 교실에서 10
?명이 배우기도 하고, 40명이 배우기도 합니다. 경력 교사가 배치되고 냉난방이
?잘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어느 학교는 대부분 초임교사로 정원을 채우고, 냉
?난방은커녕 깨진 유리창조차 제 때 끼우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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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는 것을 제 때 익힐 수 있으면 그 곳 학생은 당연히 공부를 잘 할 것이
?고, 모르는 것을 질문하여 익힐 곳이 없으면 학생들이 공부를 못할 수밖에 없습
?니다. 또 특목고에 근무하는 국어 교사는 1주일 수업이 10시간 안팎이고, 시골
?학교 국어 교사는 국어와 윤리를 가르치고 심지어 음악 미술을 가르치면서 20시
?간 넘게 수업을 합니다. 이렇게 특목고와 시골 학생들이 받는 수업의 질이 다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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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은 이런 근본적인 불평등을 외면하고 겉으로 드러난 영어 수학 실력으로
?만 어느 학생과 어느 학교를 비교하여 차별하고, 그 학교 선배들의 성적으로 등
?급을 매겨 후배를 뽑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제대로 된 고교 등급제를
?실시하려면 학생들이 놓인 여건 차이도 반영하여, 좋은 여건에서 공부하며 100
?점 맞은 학생과 악조건에서 80점 맞은 학생을 같이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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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따지고 보면 어떤 학생이라도 잘 가르쳐 경쟁력을 키워주어야 우수한
?대학입니다. 그러므로 전국 최고라는 고등학생들을 몰아가는 대학조차, 세계
?100대 대학에 들지 못하는 것을 대학 교수들이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따라서 지
?금처럼 입시 제도에 문제가 있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처럼 국민을 속이
?며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지성인으로서 비겁한 짓입니다. 만약 정부가 대학교
?요구대로 3불 정책을 풀었는데도 대학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교수님
?들은 또 어디에 핑계를 댈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