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위원회는 건강하신지요?

제 목
학교운영위원회는 건강하신지요?
작성일
2007-04-7
작성자

지금쯤 초중고등학교에 학교운영위원회가 구성되었겠지요? 경기도는 학교운영
?위원을 3월말까지 뽑아 위원회를 구성하고 4월 1일부터 1년 임기가 시작됩니
?다. 저도 얼마 전 어느 초등학교 지역위원으로 추천되었습니다. 그런데 모두 4
?명이 추천되는 바람에 학부모위원과 교원위원이 그 중에서 2명을 지역위원으로
?뽑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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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아직도 많은 학교는 경선 절차를 밟지 않고 학부모위원과 지역위원을
?성원에 맞추어 조정하고 무투표로 끝냅니다. 그리고 그렇게 구성된 학교운영위
?원회는 학교장 입맛에 맞추어 1년 내내 거수기 노릇만 하기 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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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때는 학교 체질을 바꾸고 싶어 운영위원으로 입후보해도, 그런 사람은 학
?교장이 미리 손을 써서 당선되기 어렵습니다. 설령 당선되어 운영위원으로 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석한다 하여도, 자기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상정된 안건이 대부분 14대 1로 가결되거나 부결됩니다. 그렇게 그 사람
?은 1년 내내 힘들어 하다가 대부분 다음 해에 입후보조차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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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내용의 잘잘못보다 형식 과반수로
?결정하는 때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누군가 학교를 바꾸고 싶다면 우선 뜻을 같
?이 하는 운영위원으로 과반수를 채워야 합니다. 학교장이 운영위원으로 자기 사
?람을 내세우는 것도 그 과반수를 확보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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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가 학교운영위원회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많은 학
?교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지난 10년 동안 학교를 바꾸
?려는 운영위원으로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학교 구조를 논의하는 틀로 정착시키
?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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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학교일이 학교장 생각대로 결정되지만, 수많은 학교장은 학교운영위원
?회 때문에 교장 노릇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학교운영위원회 때문에 학교장 혼
?자 판단하고 혼자 결정하지 못합니다. 운영위원이라는 이름으로 딸 같은 학부모
?와 마주 앉아 대등하게 일을 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부모위원 눈치를 보며
?통사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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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거수기 노릇하는 학부모위원이라고 마음 편한 것은 아닙니다. 1년 내내
?발언 한 번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학교장 판단에 무조건 따르자
?니 학부모위원들 각자 색깔이 있을 수 없습니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도 거
?수기 노릇을 서로 기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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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학부모위원으로 학교일에 참여하면서 온갖 일을 자세히 알게 됩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 때문에 제 색깔을 못 내도 이 학교 저 학교 관리자를 비교
?할 수는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옛날 같지 않다고 한탄하지만, 알고 보면 고집스
?런 교장은 스스로 제 무덤을 판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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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았지요. 그러나 학교운영위원회
?가 출발한지 10년이 넘은 지금은 학교장 편이 되든 아니든 학교 사정을 속속들
?이 아는 학부모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학부모들에게 거수기 노릇만 하라니 학부
?모 다루기가 쉽지 않은 것이 너무나 당연하지요. 학부모들이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것을 고집스런 학교장만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