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석궁을 쏘고 싶다

제 목
나도 석궁을 쏘고 싶다
작성일
2007-02-2
작성자

요즘 들어 신문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많았습니다. 유신 정권 때 ‘긴급 조
?치’라는 이름으로 선량한 시민을 수없이 가두었는데, 그런 억지 판결에 참여
?한 판사 명단을 공개하였습니다. 경상남도 합천군에서는 국비로 만든 공원에 전
?두환 전직 대통령의 호인 ‘일해’를 붙여 기념하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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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깡패들 월평균 수입이 400만원쯤으로 밝혀지자, 일부에서는 깡패들이 실제
?보다 과장했으며 진짜로는 잘 살지 못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도 그 깡패
?들이 느끼는 직업 만족도가 경찰이 느끼는 직업 만족도보다 더 높답니다. 그리
?고 대학 교수는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고 현직 법관에게 석궁을 쏘았습니다.
?그 교수가 ‘최후 방어권’을 주장하자,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에 동조하여 구
?명 운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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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여러 사건은 서로 다른 사건이지만 우리 사회의 폭력적인 속내를 잘 드러내
?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국 사건 참여 판사 명단을 공개하자, 어떤 당사자는
?그 시절에는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였습니다. 그 당시 독재 정권의 지시를 거
?부하고 소신껏 판결한 사람들은 대개 판사를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물론 정권
?입맛에 맞춰 비굴하게 살아남은 사람은 그 뒤로 고위 공직자가 되고, 지금도 최
?고 재판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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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깡패들은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해 하지만, 경찰관에 잡혀 텔레비전 카메라 앞
?에 서면 얼굴을 가리거나, 머리를 푹 숙입니다. 그런데도 판사가 나쁜 짓에 참
?여하고도 자신을 탓하지 않고 시절을 탓한다면 아직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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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 대통령이 고등학교 역사책에 독재자로 기록되고, 법정 추징금을 내지 않
?는데도 대통령 고향이라며 합천군에서는 영웅으로 대접합니다. 그런 사회라면
?깡패들도 소신껏 행동하고 몹쓸 짓을 저지르면서도 나중에 누군가 자기들을 알
?아줄 것이라고 큰소리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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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를 잘못 만나 자신도 피해자라는 법관은 좋은 시절을 언제 만나 소신껏 판결
?할 수 있을까요? 왜정 시대 판사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판사도
?그 대학 교수 심정은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그 어렵다는 공부를
?하여 법정에서 온갖 위엄을 부리며 하느님처럼 사람들을 벌하고, 나중에는 현
?실 앞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핑계를 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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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 영화에서 보안관이 주인공이면 마을 질서를 바로 잡습니다. 그러나 보안
?관이 무능하여 무법자가 동네를 휘어잡으면 사람들은 외부 총잡이를 고용하여
?그 동네 무법자를 평정하고 마을 질서를 회복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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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오늘날 우리 사회 대학 교수가 법관에게 석궁을 쏜 것은 동네 보안관의
?무능함을 꾸짖는 것이었습니다. 깡패들은 주먹으로 그 무능한 공권력에 상관없
?이 자기 문제를 주먹으로 해결하니, 힘없는 사람들은 그런 깡패들을 부러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우리 사회가 깡패들의 폭력을 호의적으로 본다면, 그것
?은 동네 보안관이 무능하여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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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판사와 그런 폭력을 찬양하는 합
?천 군수는 국민들한테 석궁 맞을 짓을 하는 겁니다. 법이 폭력으로 다가오면 너
?도나도 ‘최후 수단’으로 무능한 법과 사회를 향해 석궁으로 맞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