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학교에서 여성성만 배운다고?
얼마 전 어느 학교에 남교사가 하나도 없다고 신문에 보도되었습니다. 덧붙여
?초등학교는 여교사가 70%가 넘었으며, 중고등학교도 머잖아 그런 상황이 될 거
?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교직은 여성이 주도권을 잡은 ‘여성 천국’이 되었다
?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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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학교에 여교사만 있다고 뉴스로 내보내는 것은 학교에 남교사가 적당
?히 있어야 한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지요. 어떤 학부모는 자기 아들이 계속 여
?선생님한테만 배우면서 남자 아이가 여성화돼간다고 대놓고 불평을 털어놓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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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사람은 남성 호르몬과 여성 호르몬을 모두 지녔습니다. 물론 그 상태가
?한결 같지 않아 하루에도 몇 번씩 뒤집어지기도 하고, 중년이 되어 그 성향이
?확 바뀌기도 합니다. 그래서 결단이 빠르고 무섭게 밀어붙이던 사람도 나이를
?먹더니 텔레비전 앞에서 찔끔거리며 눈물을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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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므로 사실 남성성과 여성성으로 사람 성향을 구분하는 것은 그다지 큰 의
?미가 없습니다. 여성스럽다거나 남성답다고 하는 것은 결국 그 사회가 만들어
?놓은 허구이고 편견이라서, 시대에 따라 얼마든지 바뀌는 가치 기준이기 때문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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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도 아들이 여성화한다고 불평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부정적인 개
?념을 모두 여성성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쫀쫀하고 잘디잔 것을 여성
?성으로 간주하고, 대범하고 합리적인 것은 남성성으로 보는 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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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누군가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어떤 상황에 대처할 수 있으면, 아무
?때나 단호하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두고 여자라서 망설이는 것은 아
?닙니다. 그 일은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과 내력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아 망설이
?는 것뿐이지요. 오히려 되지 않을 일을 두고 ‘너는 남자니까 각오하고 달려들
?라’고 강요하면, 그것은 무모하게 도전하는 것이고 당연히 실패하는 길을 권
?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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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구나 우리뿐만 아니라 서구 선진국에서도 교직 사회를 일찍이 여성들이 점령
?하였습니다. 그것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교직 사회가 그나마 남녀 차별 없이 여
?성이 제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었던 곳이라는 뜻입니다. 뒤집어보면 그만큼 남
?자들이 그 사회의 많은 곳을 점령하였다는 말이지요. 심지어 여성이 점령했다
?는 교직 사회조차 우리 나라에서는 교감, 교장 같은 관리자는 남성이 거의 다
?차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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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간호사가 있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여자 경비
?원, 여자 전투기 조종사, 여자 포클레인 기사, 남자 간병인이 인기를 끌고 있습
?니다. 그 사람이 그 일에 맞느냐를 따지지, 더 이상 ‘예쁜 여자, 강한 남자’
?같은 굴레를 씌우지 않습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여성이 교직 사회를 점령한 것
?이 문제가 아니라, 능력 있는 여성들에게 ‘남성 천국’을 과감하게 열어주지
?않은 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