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니와 아랫니

제 목
윗니와 아랫니
작성일
2006-02-17
작성자

오늘 치과에 다녀왔는데, 별 탈이 없었습니다. 임플란트 시술 후 다섯 달쯤 지나 제
?대로 자리를 잡았는지 살펴본 것이지요. 지난 해 9월에 어금니를 임플란트로 해넣었
?습니다. 그 전까지는 아래쪽 어금니가 없어서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했는데, 아는 의
?사 선생님 배려로 싸게 시술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 의사 선생님이 챙긴 것은 아
?래 어금니가 아니었습니다.
?
? 이를 빼면 그냥 빼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아랫니를 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윗니가 지끈거리고 아프더군요. 위아래로 맞물려 살다가 한 쪽이 없어지면서 윗니가
?의지할 곳이 없어졌습니다. 아랫니 없어진 빈 자리로, 윗니가 내려와 채우느라고, 욱
?신거리고 아팠습니다.
?
? 그 빈 자리를 빨리 채우지 않으면 결국 윗니도 제자리를 벗어나면서 고장이 납니
?다. 그래서 평생 잘 쓰던 이도 아픈 이 하나를 빼면서 그 빈 자리 때문에 갑자기 사
?태라도 만난 듯, 위아래 이와 옆 이가 무너지기 시작하지요.
?
? 그렇게 따지니 여당과 야당, 팬과 안티 팬, 부자와 빈자처럼 양쪽이 극단적으로 맞
?서는 것 같아도 공동 운명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고 아예 없애
?버리면 좋을 것 같아도, 비판 세력이라는 거울이 사라지면 여당도 자신을 되돌아보
?지 못합니다. 그래서 잠깐 조용한 것처럼 느낄 뿐 이내 자신도 망합니다. 과거에 박
?정희 대통령이 야당 뿌리를 뽑으려다가 정권이 무너졌지요.
?
? 오늘날 우리 사회가 어느 재벌을 몰아세웁니다. 보수 언론은 그런 정서를 좌파의 음
?모라고 주장하지만, 우리 사회가 재벌을 함부로 미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재벌이
?경영 과정을 공개하고, 어두운 구석이 없어야 사람들한테 사랑받으며, 제대로 경쟁력
?을 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이런 비판을 극복해야 그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
?로 성장한다는 것이지요.
?
? 다만 한 이를 빼면 이웃에 있는 이가 무너지듯이, 비판도 때를 맞추어 한꺼번에 쏟
?아져 나오는 것뿐이지요. 그 재벌이 작년 한 해 힘들었다면 오랫동안 여기저기 곪던
?것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드러난 것이지요. 사람들이 엎친 데 덮쳤다고 하지만,
?엎치면 당연히 덮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없는 놈이 없으니까 더 병들고, 더 못
?배우고, 더 힘든 것과 이치가 같습니다.
?
? 어떤 분은 사랑과 미움, 행복과 불행, 또는 부부도 동전 앞뒤처럼 한 몸이라고 합니
?다. 그래서 ‘원수를 사랑하라.’고도 합니다. 미움을 극복하면 사랑을 얻고, 상품
?의 흠을 개선하면 품질이 보장된다는 것이지요. 원수 같은 배우자는 나의 또다른 모
?습이니, 그 원수까지 사랑할 수 있어야 내가 존재하며, 완성된다는 뜻일 겁니다.
?
? 그 의사 선생님이 제 아래 어금니를 기필코 해 넣으려 한 것은, 윗니에 맞서는 아랫
?니를 만들어 윗니가 무너지지 않게 막으려 한 것입니다. 그렇게 둘 다 살아야 입안
?모든 이가 살 수 있으니까요. 결국 우리 사회 양극화가 깊어진다는 것은 한 쪽 이가
?또다른 이를 외면하는 셈이지요.?
?
?아~, 참, 이를 꼼꼼하게 잘 해 넣고 싶으신 분은 “건강치과(032-
?653-2828,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가시어 제 이름을 대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