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난제가 교사 탓일까?
교원 평가를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교사 단체는 교원 평가 일방 강행을 반대하
?며 집단 행동을 하려 하고, 학부모 단체는 교원 평가를 실시하라고 삭발 농성을
?합니다. 얼핏 보기로는 교사들이 평가를 거부하고 철밥통을 지키려고 하는 것 같
?습니다.
?
? 그러나 속내를 살펴보면 교사들은 평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교육부가 만든 평가 방법으로는 교사를 제대로 평가를 할 수 없으니 제대로 만들
?어 평가하자고 반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전체 교원을 평가하여 무
?능력 교사와 부적격 교사라는 이름으로 일부 교사들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
? 1979년에 박정희 대통령이 죽을 때까지 교사와 학생들은 유신 헌법을 찬양해야
?했습니다. 그 당시 학생들 교과서에 아예 대놓고 그런 내용을 넣었습니다. 교사
?는 공무원이라서 정치적으로는 중립이라면서도 뒤로는 확실하게 정부와 여당 편
?이 되어야 했습니다. 심지어 애향대 지도 교사라는 이름으로 새마을복을 입고 새
?마을 모자를 쓰고 자기가 맡은 마을을 방문하여, 학생들을 불러 모아 아침 청소
?를 시키고, 학부형에게는 유신 독재를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홍보해야
?했지요.
?
? 그 일 말고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오면 교사는 학생들을 인솔하고 길가에 서
?있다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어야 했고, 시청이나 군청에서 무슨 경진 대회를
?연다며 학교로 학생 동원을 요청하면, 교사들은 많은 학생들을 데리고 공설운동
?장에 나가 자리를 채웠습니다.
?
? 그러다 보니 교사는 교사대로 교재를 연구하여 학생들 가르칠 새가 없었고, 학
?생들은 학생들대로 공부보다 나라에서 시키는 일에 더 시간을 뺏겼습니다. 그래
?도 그 시절에는 공부보다 그런 일에 잘 매달리는 교사와 학생을 모범적이고 유능
?한 사람으로 여겼습니다.
?
? 그러므로 오늘날 기준으로 재니 교사와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무능해졌다면 그것
?은 나라 탓입니다. 자질이 부족하거나, 노력하지 않아서 교사와 학생들이 무능해
?진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들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그 동안 나라에서 여건
?을 만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교육 난제를 교사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길 수
?없다는 뜻이지요.
?
? 따라서 정부가 지금 방침대로 교사들을 평가하기로 한다면, 그 평가 결과를 놓
?고 책임을 묻지 말고, 교사와 학생을 어떻게 도와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교사
?와 학생들이 쓸데없는 곳에 매달려 과거처럼 역량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
?지, 어떤 제도를 마련해야 교사와 학생들의 가능성을 키워줄 수 있는지를 궁리해
?야 합니다. 말하자면 사람부터 청산하려 하지 말고 제도부터 먼저 정비해야 합니
?다.
?
? 그렇게 정부가 시간을 두고 여러 절차를 밟아 충분히 도와줬는데도, 그 다음 평
?가 때까지 교사가 자신의 미약한 부분을 보완하지 못한다면, 정부는 그 교사를
?무능력하다고 판단해도 됩니다. 당연히 퇴직시켜야겠지요. 다시 말해 정부는 먼
?저 제도를 정비하고 예산을 확보하여 교사와 학생에게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열
?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뒤에, 부적격자와 부적응자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
?는 것이지요.
?
? 지금처럼 교사 집단이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것처럼 매도한 뒤, 평가를 통해 모
?든 부적격 교사를 정부에서 확실히 걸러내면 모든 교육 난제가 해결될 것처럼 떠
?드는 것은 오히려 공교육을 더욱 불신하게 하고 더욱 황폐화하는 것입니다. 정부
?부터 먼저 반성해야지, 남 탓으로 책임을 떠넘길 일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