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함을 인정하라
공산주의 종주국이었던 러시아와 중국이 지금은 자본주의 방식을 도입하며 살
?고 있습니다. 공산주의든 민주주의든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들이 배불리 잘 살자
?는 것이므로, 효율적이라면 굳이 어느 한쪽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
?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지금은 과거 냉전 시대 원수로 여기던 나라와 무역을
?하며 잘 지냅니다.
?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도 대학 교수가 발언한 통일 이념을 놓고 둘로 나뉘며, 맥
?아더 동상을 놓고 좌파니 우파니 하며 서로 칼날을 세웁니다. 지금이 아이엠에
?프 사태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고, 하루에도 사업체와 음식점 수십 개가 문을
?닫는다고 아우성을 치면서도, 다른 나라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이념에 매달려
?목숨을 걸고 싸웁니다.
?
?1910년 일본이 조선을 삼키고 한일 두 나라가 합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직
?하게 표현하면 조선이 일본에 통합된 것이지요. 그래서 조선 사람은 자기 이름
?까지 일본식으로 바꿔야 했고 일본식 제도에 맞추어 살아야 했습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지 않고 백제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한반도 사람들은 땅이름과 법
?제를 백제 기준으로 모두 바꾸었을 겁니다.
?
?그러므로 어느 이슬람 국가가 한 손에 코란을 들고 다른 손에 칼을 들고 쳐들
?어 왔을 때, 자기 기준대로 살려면 그 이슬람 국가와 싸워 물리쳐야 합니다. 그
?럴 자신이 없으면 이슬람을 받아들여야 살 수 있습니다. 결국 몽골 제국이며,
?로마 제국이란 땅과 사람이 달라도 각자 제 것을 버리고 그 제국의 기준에 맞추
?어 사는 곳이란 뜻이지요. 그러므로 두 나라를 하나로 통일한다는 것은 기준이
?어느 하나로 정해진다는 뜻입니다.
?
?그런 과정에서 정복자는 자기 마음대로 정복한 국가를 관대하게 처리할 수도 있
?고, 때로는 그 땅에 있는 생명체란 생명체는 모두 없애고 우물까지 메워 다시
?는 반항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파괴하기도 합니다. 정복되는 나라 백성으로는 상
?상하기도 싫은 가정이지요.
?
?육이오 전쟁 때 낙동강 방어선이 무너졌다면 김일성 식으로 한반도가 통일되었
?을 테고, 미군의 도움으로 압록강과 두만강을 차지했다면 한반도가 이승만 식으
?로 통일되었겠지요. 그래서 역사 전공 교수는 그 많은 가능성을 생각해 보고,
?어떤 통일이 바람직한지를 비교 검토해 볼 수 있고, 때로는 자기 소신으로 어
?떤 결과를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
?가령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주장할 수 있지요. 또는 신
?라가 통일하면서 어떤 후유증이 있었으므로 신라는 통일 과정에 이런 것을 고려
?해야 했다고 말할 수도 있지요. 그것을 우리는 사상의 자유라고 합니다. 그래
?서 자본주의 국가인 일본조차 공산당을 인정합니다.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으며, 그것을 신념으로 실천할 수 있다는 겁니다.
?
?그런 다양한 생각과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이지요.
?물론 그만큼 그 사회는 역사적 실수를 줄이며, 삶이 풍성해집니다. 그러니 생각
?이 다르다는 것을 두고, 너 죽고 나 죽자며 극단적으로 싸울 일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