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먼저 홀랑 벗으면 나도 벗을게- 6자 회담 협상 타결을 보며
북핵 때문에 여섯 나라가 중국에 모였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뭔가를 극적으로
?타결하여 잘 끝냈다고 하더니,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북한과 미국이 ‘경수
?로 먼저다, 핵포기가 먼저다’하며 또다시 싸우네요. 사정을 잘 모르는 분들은
?대부분 미국보다 북한이 또 뭘 저지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일부 보수 신
?문에서 그렇게 부추기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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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든 국가든 살다보면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을 수 있지요. 그걸 갈등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싸움이라고도 합니다. 적당한 싸움은 자극이 되어 때로는 서로 좀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러나 그 갈등이 지나치면 당사자들이 모두 다칠
?뿐만 아니라 이웃에게도 피해를 줍니다. 그래서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흥정이면
?서로 붙여주고, 싸움이면 말리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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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마을에 미국이와 북한이가 싸우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서로 마주 보고 머
?리에 총을 대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둘다 죽게 생겼지요. 물론 둘다 죽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국이는 북한이에게 자기를 믿고 너먼저 총을 내려놓으라고
?제안하였습니다. 그러자 북한이가 그렇게 말하는 너야말로 먼저 총을 내려놓으
?면 나도 내려놓겠다고 응수합니다. 이 두 사람은 상대방이 정말로 총을 내려놓을
?지, 상대방이 정말 자기를 안 쏠 것인지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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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참에 남한, 러시아, 일본, 중국이가 그 두 사람 속내를 떠보았습니다. 그
?리고 그 두 사람에게 ‘우리가 보증을 설 테니, 서로 안 쏘겠다고 약속하라’고
?설득하였어요. 그래서 탄생한 약속이 지난 번 협상 내용이었습니다. 이걸 보고
?많은 나라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보고 무슨 일
?이 있어도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처럼 쏠 줄 알았는데, 북한은 안 쏘겠다는 겁니
?다. 미국이 성질 많이 죽었다고 본 것이지요. 물론 고집불통일 줄 알았던 북한
?이 다른 나라 충고를 받아들였다는 것도 신기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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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이번 협상 내용은 가장 기본적인 것을 약속한 것이고 첫 걸음입니다. 다
?음으로는 총을 어떻게 내려놓을지를 상의하여 다시 약속하고 지켜야 하겠지요.
?‘서로 총구를 조금 아래로 향하게 하자’가 두 번째 약속일 겁니다. 그렇게 세
?번째 약속, 네 번째 약속을 거쳐 맨 끝에 가면 총을 총집에 넣자거나, 아예 총
?을 없애고 농기구로 만들자고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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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그 두 사람이 두 번째 약속을 하기까지 또 시끄러울 겁니다. 이럴 때일
?수록 남한은 양쪽을 공정하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일부 보수 신문처럼 미국 편
?을 들어 북한 먼저 홀랑 벗어야 한다거나, 미국이 힘으로 눌러 북한을 먼저 벗겨
?야 한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더더군다나 없는 소리를 만들어 양쪽을 이간질해서
?도 안 됩니다. 흥정을 붙여 서로 살 길로 가야지, 싸움을 붙여 모두 죽는 길로
?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