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
며칠 전 신문에 구약을 혼자 번역해낸 우리 나라 노학자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구약을 혼자 완역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합니다. 이것은 여든한 살 노학
?자가 히브리어를 포함하여 14개 국어에 정통하기 때문에 가능하였습니다. 큭히
?우리말로 우리 정서를 잘 반영하였다니, 앞으로 히브리 구약에 담긴 내용을 우리
?말로 쉽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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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며칠 전 어느 한글 단체는 10월 9일 559돌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을 뽑아 발표했습니다. 지킴이 중에 웅진 식품은 우리말 아름다움을 잘 살
?려 제품 이름을 붙이는 회사입니다. 김민하 중학생은 인종 차별 논란을 빚었던
?‘살색’을 ‘살구색’으로 바꾸자고 하였고, 병아리색(노랑), 수박색(초록), 자
?두색(진한 빨강)처럼 흔히 쓰는 우리말을 국가 표준 이름으로 정하게 하였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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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훼방꾼 중에서 대표적인 곳은 케이티엔지입니다. 이 회사 이름은 원래 한국담배
?인삼공사였습니다. 지금은 자기 회사에서 생산해내는 담배 이름을 모조리 외래어
?로 붙여나가며 우리말을 업신여깁니다. 그리고 대법원도 우리말 훼방꾼으로 뽑혔
?습니다. 아직도 판결문을 한자말 투성이로 작성하여 판결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
?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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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란 원래 자기 생각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려고 사람들끼리 약속한 것이지
?요. 그러므로 쉽게 쓰고 쉽게 말하여 자기 생각을 잘 전달하려는 사람이 지킴이
?라면, 쉬운 말을 어렵게 만들어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하는 사람이 훼방꾼입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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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기준으로 치면 예수님과 맹자님 같은 성현은 언어를 잘 활용할 줄 아는 지
?킴이였습니다. 사람 사는 이치와 인생의 깊이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낙
?타와 바늘 구멍, 오십보 백보’ 같은 비유로 대중들을 쉽게 이해시켰지요. 담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담배를 팔려고 하는 케이티엔지, 사람 사는
?기준과 원칙을 똑바로 일러주지 못해 사람들에게 똑같은 실수를 계속 저지르게
?하는 대법원과는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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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한글로 가로로 써서 얼마든지 자기 생각을 전달할 수 있지요. 한자를 섞
?어 세로로 쓰는 것을 고집하던 신문들조차 대세를 인정하고 그 흐름에 참여하였
?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말로 드러낼 수 있는 생각을 바로 글로 표현하고, 다
?른 사람은 그 글에 바로 댓글을 붙입니다. 말 그대로 그냥 ‘엄마가 많이 아프
?다.’라고 글로 쓰면 됩니다. 옛날처럼 말과 다르게 ‘모친 병환이 중하다.’로
?표현하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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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따지고 보면 우리말 훼방꾼들이 불쌍하지요. 그 사람들은 한글 창제를
?반대하던 집현전 학자들처럼 자기 세계에 갇혀, 다른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려 하
?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들과 다른 문자 세계를 고집하며 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에 스스로 만족하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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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먹혀들지 않으면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윽박지르면서 조선 시대처
?럼 그 문자를 아는 계층과 모르는 계층으로 나누려 합니다. 엄청나게 비싼 명품
?팬티를 사 입고, 엄청나게 비싼 명품을 몸에 두르고 서민들과 다르다는 것을 과
?시하는 졸부처럼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