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알기를 우습게 아네
“이런 날은 좀 일찍 퇴근하라고 하면 안 되나?”
? 날씨가 몹시 좋지 않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든지, 명절 전 날이라서 마음
?이 벌써 고향에 가있으면 직원들은 대부분 관리자 눈치를 보며 빨리 퇴근하고 싶
?어 합니다. 그 정도가 절실하면, 나중에는 윗사람을 욕합니다. 관리자라는 사람
?이 너무 고지식하다, 또는 그 정도 융통성도 없다고 험담을 늘어놓습니다. 심지
?어 어떤 직원은 자기가 눈치껏 판단하고 ‘알아서’ 도망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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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사실 어느 직장이고 능률이 떨어지면 직원을 모두 퇴근시켜도 좋다는 규
?정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능률이 떨어지면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지를 궁리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윗사람인 관리자가 모든 직원을 ‘자기가 책임지고, 알아
?서 먼저’ 동시에 퇴근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야말로 아랫 사람들
?의 희망 사항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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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령 관리자가 그렇게 퇴근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어도, 대개는 망설이며 그 권
?한을 쓰지 않습니다. 나중에 책임져야할 일을 만드느니, 해오던 대로 그냥 시간
?을 대충 때우는 것이 낫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그런 관리자들이 망설지지 않도
?록 평사원들은 그때그때 적절하게 자기 생각을 드러내야 합니다. 어렵고 힘들어
?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노력해야, 방울을 달 수 있는 확률도 그만큼 커지
?기 때문입니다. 고양이가 ‘알아서 먼저’ 방울을 달고 다닐 리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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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리 사회 일부에서 현직 대통령에게 대통령을 그만 두라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전ㆍ현직 대통령을 총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습니
?다. 어떤 사람들은 대통령에게 그럴 수 있냐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럴 수 있
?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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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커먼 선글라스를 낀 대통령이 통치하던 시절에는 일반인이 대통령을 비난하
?는 것은 반정부며 반국가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보 기관에서
?는 대통령을 욕하는 사람을 함부로 다루고, 함부로 잡아갔지요. 그때 사람들은
?무서워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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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 대통령 때에도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텔레비전 뉴스가 시작될 때마
?다 시시콜콜 그 대통령 소식부터 들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그러지 말라는 소리
?한 마디를 제대로 못하고 살았습니다. 대통령이라고 하면서도 어쩌면 우리 사회
?는 지금껏 절대 군주를 모시고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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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지금은 그 임금님 같던 자리에 앉아서, 대통령은 못해 먹겠다고 하며 칼
?자루를 줄 테니 잘 할 것처럼 떠드는 네가 한 번 해보라고 말을 건넵니다. 그 대
?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싫으면 그만 둘 것이지, 왜 나한테 그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냐고 공박합니다. 하기 힘들 것 같은 말들을 서슴없이 이야기합니
?다. 서로 무서워하지 않고, 상대방이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이렇
?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사는 세상이 임금님을 모시고 살던 세상보다 훨씬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