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영혼을 사시겠습니까?

제 목
제 영혼을 사시겠습니까?
작성일
2005-08-26
작성자

요즘 부동산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투기를 잡겠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은행이
?조사해보니 2003년 7억 5천만원이던 서울의 한 아파트가 지금은 13억 2500만원이
?나 나간답니다. 굳이 피땀 흘려 노력하지 않아도 2년 만에 재산이 거의 두 배로
?불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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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사람들은 어느 건설회사가 괜찮은 아파트를 분양하면 서로 청약하겠다
?고 그 난리를 떠는 겁니다. 부동산을 사두기만 하면 재산이 눈덩이처럼 커집니
?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일해도 만져보기 힘든 돈을 가만히 앉아서 법
?니다. 그러니 누구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파트를 사고 싶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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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과 사회에서 그 사람들을 모두 복부인과 투기꾼으로 몰아 싸잡아 욕하지
?만, 알고 보면 그 사람들은 욕을 먹더라도 로또 복권을 사는 심정으로 한 번에
?떼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일뿐이지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그런 기회에 참여할
?수조차 없는 것을 더 짜증스러워 하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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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1987년 경기도 양평읍에 살고 있을 때 집을 사려고 했지요. 허름한 단독
?주택이었는데, 1350만원까지 흥정이 되었습니다. 전세 살던 돈이 500만원 있었
?고, 대출 300만원에, 집 한쪽을 세주고 200만원, 나머지는 사채를 빌려 채우면
?살 수 있을 것 같았지요. 그러나 막판에 흥정이 깨지고 집을 사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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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듬해 88올림픽을 전후하여 부동산 값이 폭등하기 시작하더니, 그 집
?이 2000만원이 되고, 그 다음 해는 3000만원이 되더군요. 그때는 부르는 게 값이
?라서,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뛰고, 전세 기한이 끝나면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렸
?습니다. 지금과 상황이 비슷했지요. 2억짜리 집이 1년 만에 3억짜리가 될 때 노
?동자, 심지어 자영업자도 1년에 500만원을 저축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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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그때 자살하는 사람이 많았고, 자기 몸을 자해하여 보험금을 타내는 사
?람도 있었습니다. 초라한 월세방에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것을 보면서도
?내일에 희망을 걸 수 없는 가장이라면 죽고 싶기도 하고, 자기 몸을 팔아서라도
?가족을 부양하고 싶었을 겁니다. 내 몸은 부모에게 받은 것이니 소중히 해야 한
?다는 가르침도 돈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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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저도 집 장만을 포기하였습니다. 그런데도 갈수록 전셋돈 올려주기가 힘들
?어 점점 방을 줄이다가 나중에는 방세가 싼 변두리로 옮겨야 했지요. 얼마 전 어
?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1억을 줄 테니 상대방과 헤어지겠냐고 물었습니다. 그
?랬더니 응답자 중에서 절반 이상이 이별을 고려하겠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삶이
?궁핍해지고 희망이 전혀 없을 때 악마가 영혼을 사겠다고 하면 저는 제 영혼이라
?도 팔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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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정부는 부동산 대책이라면서 보유세를 강화하고, 부당 이득을 환수하고,
?한 가구가 여러 주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겠답니다. 그러나 그게 아무 것도
?없는 사람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두 남녀가 만나 가정을 꾸리고 10년, 또
?는 15년을 성실하게 살아왔다면 어떤 형태로든 집을 장만할 수 있도록 정부는 도
?와주어야 합니다. 한 집안 가장을 살리고 가정을 깨지 않으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