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희망이다
서민들 삶이 아이엠에프 사태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지요. 그 말이 맞습니다. 그
?때는 나라에 돈이 없어서 외국 회사와 거래하던 기업들이 돈을 구하지 못해 퍽
?퍽 쓰러졌습니다. 기업이 망해도 그 회사 직원들은 퇴직금을 받았습니다. 결국
?개인은 가게 얻을 돈이 있어서 장사를 할 수 있었으니까, 국내 소비는 그다지 얼
?어붙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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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정부는 정부대로 국내 소비를 부추기려고 신용 카드를 남발하여 장차 벌
?어들일 소득까지 미리 당겨 쓸 수 있게 하였지요. 말하자면 1997년 서민들이 겪
?어야 했던 아이엠에프 사태는 심리적 공포였지, 현실적 고통은 아니었습니다. 심
?지어 어떤 분은 그때 오히려 장사가 잘 되어 그 전보다 돈을 더 많이 벌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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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지금 수출이 잘 되어 기업에 돈이 넘쳐나면서도 국내 소비가 위축된 것
?은, 그 아이엠에프 사태를 기업은 이제 확실히 극복하였지만, 개인과 가정은 지
?금에서야 아이엠에프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뜻입니다. 사실이 그러니까 지금 아이
?엠에프 사태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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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람들은 풍요로웠던 옛날을 그리워합니다. 자기가 이것저것 해보아도 뾰
?족한 수가 없으니까, 누군가 슈퍼맨처럼 등장하여 이 난국을 해결해주기를 기대
?합니다. 이도저도 막연하면 대상도 없이 분노하고, 힘든 세상을 원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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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러시아도 우리처럼 많은 사람들이 옛 소련 공산주의 시절을 그리워하더군
?요. 그때는 교육, 직업, 의료, 주택 같은 모든 것을 나라에서 챙겨 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사소한 일조차 각자 능력껏 알아서 해야 할 일이 되어 살기
?가 힘들어졌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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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젊은이들은 개혁과 개방을 찬성합니다. 자기 능력을 잘 살리면 부자가 될
?수 있지요. 실제로 부자가 된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부자는 얼마 안 되
?고, 나머지 사람들은 더 열심히 일해도 과거보다 살기가 더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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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종주국이면서 우리보다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다는 미국과 영국에서
?도 부자는 사람들을 값싸게 부려 더욱 큰 부자가 되고,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사는 것이 점점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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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면 오늘날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옛날이라는 것도 우리가 그때를 직접
?부딪치지 않아서 어려움을 모르는 것뿐입니다. 그 대신 우리 부모가 손바닥이 발
?바닥이 되도록 일하였지요. 그때도 사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을 겁니다. 그 속에
?서 우리 부모들이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으며 우리를 키운 것이지요.
?즉,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어려움은 어느 때나 있었고 어느 나라나 겪는 것이지,
?사회가 어지럽고 대통령이 무능하고 정치인이 썩은 탓만은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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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우리가 겪는 일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일입니다. 영웅 한 사
?람이 세상을 바꾸지 못하며, 우리가 할 일을 남이 대신해주지도 않습니다. 역사
?적으로도 노비 제도를 폐지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위기에 빠진 나라
?를 구할 때 어떤 한 사람이 주도한 적이 없습니다. 이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고 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어도 사는 것이 확 달라지지 않습니다. 부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어도 미국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움
?직이지, 한반도를 위해 헌신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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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우리는 나중에 부자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려 하지 말고,
?현실이 어려울수록 지금 옆에 있는 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며 세상을 함께 바꾸어
?야 합니다. 어느 나이 많으신 할머니가 “이렇게 좋은 세상이 어디 있냐?”고 하
?시더군요. 그 할머니가 겪기로는 오늘날같이 풍성하고, 자유스럽고, 편리한 적
?은 없었다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보기에 따라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옥이 아
?니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천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