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이 먹어보라 -노인에게 월 500만원씩 수당을..

제 목
너도 나이 먹어보라 -노인에게 월 500만원씩 수당을..
작성일
2005-02-18
작성자

들판 여기저기를 쏘다니는 어린 시절에는 얼른 커서 어른이 되고 싶었지요. 그
?러면서도 무슨 일을 하다가 어른들과 부딪치고 어른들이 고루하다 싶으면 세상
?거칠 것 없이 행동하였지요. 그럴 때 어른들은 “너도 나이 먹어보라.”고 했습
?니다. 세월 앞에서 영원한 것이 없다는 뜻이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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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저도 그 옛날 어른들이 이야기하시던 그 나이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택시를 타고 가다가 휴대폰을 잃어버렸습니다. 택시요금을 내려고, 손에 쥔 휴대
?폰을 자리에 놓았는데, 그 잠깐을 챙기지 못하고 그냥 내렸습니다. 10년 가까이
?휴대폰을 써왔고, 가끔 구 모델을 새 모델로 바꾸기는 했지만 잃어버린 것은 처
?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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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에는 치과에서 사랑니를 뽑았습니다. 수십 년 같이 살던 이를 뽑은 탓인
?지 그 뒤로 며칠 동안 몸살을 앓았습니다. 10년 넘게 다닌 병원이라서 진료 카드
?에는 10년 전 엑스레이 사진도 붙어있습니다. 10년 세월 동안 입안이 많이 변했
?습니다. 나이 먹으면서 낡고 병드는 데, 의사 선생님은 공연히 자기 탓인 양 미
?안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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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17일 복지부에서 2004년도 전국 노인 생활 실태를 발표했습니다. 경제
?력과 생활 실상, 질병 등을 조사한 것입니다, 예상대로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노
?인들은 대부분 만성 질병에 시달립니다. 아직도 장남과 며느리가 가장 많이 수발
?을 들며(31.8%), 다음으로는 배우자(29.7%), 딸사위(15.3%) 순서였습니다. 노인
?들 월 평균 용돈은 13만 3천원으로, 나라에서 매달 몇 만원씩 주는 교통 수당이
?주수입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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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에서는 노인들을 공경하자고 합니다. 가족들이 노인 부양을 회피해서는 안
?되고,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자고 합니다. 현대인들이 예전보다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이 약해졌다고 나무랍니다. 효도는 우리의 전통적인 미풍이라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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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공경은 입과 마음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효도나 미풍 양속을 강조한다
?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옛날 노인들이 공경을 받은 것은 농경 사회에서 노
?인의 가치가 컸기 때문입니다. 농경 사회의 지혜는 시간과 싸우며 쌓아온 연륜
?을 뜻합니다. 말하자면 옛날에는 젊은이가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연륜 때문에, 나
?이 많은 것이 공경을 받는 기준이 될 수 있었지요. 그러므로 오늘날 사람들이 공
?경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보화 시대에 새로운 것, 참신한 것을 추구하면서 노
?인들이 지닌 연륜의 가치가 작아진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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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노인 문제를 공경과 효도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사회 안전망 같은 제
?도로 해결해야 합니다. 노인 문제는 노인만의 문제, 또는 어느 한 집안만의 문제
?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은 64세 이하 열 명이 65세 이상 노인 한 명을 부양하지만, 나중에는 대여섯 명
?이 한 명을 부양하는 식으로 부담이 커집니다. 말하자면 지금 젊은이보다 10년
?뒤 젊은이들은 더 열심히 일해야 그 모든 노인들을 다 먹여 살린다는 말이지요.
?실제로 지금 농촌에서는 64세 이하 두 명이 65세 이상 한 명을 부양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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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도를 바꾸어 나라에서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500만원씩 수당을 준다면, 부모
?님을 모시고 사는 집에서는 늙은 부모님과 함께 사는 걸 고마워 할 겁니다. 늘
?건강하시라고 틈틈이 보약을 지어다 드릴 테고요. 그리고 노인들의 씀씀이가 커
?지면서 우리 사회도 그 계층을 아주 귀하게 대접하겠지요. 나이를 먹는 저도 곧
?그런 제도의 혜택에 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