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군인을 보내자고?
미국은 겉으로 보기에 강대국이며 세련된 선진국이지만, 알고 보면 지금 서부
?개척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있으면 총을 들고 서로 등
?을 대고 있다가 열 걸음을 걸은 뒤 돌아서서 총을 쏩니다. 어떤 문제를 놓고 이
?치를 재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총 솜씨 좋은 사람이 살아남는 것이고
?살아남으면 그게 바로 정의이지요. 말하자면 서부 개척 시대에는 힘이 세고 강
?한 놈이 정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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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반전 운동가들이 평화를 외치고 전쟁을 반대했는데도 미국은 이라크에
?쳐들어갔습니다. 명분다운 명분이 없다고 하지만, 그거야 “야, 너 왜 쳐다
?봐.”처럼 길가는 사람을 두고도 힘센 놈은 핑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악당이든
?보안관이든 싸워서 이기는 것이 정의라는 공식에 미국이 충실히 따른 것뿐이지
?요.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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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어느 기관이 조사하니까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은 목적을 위해 수단 방
?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것에 40%쯤 동의를 했다는군요. 청소년을 둘러싸고 있
?는 환경이 그만큼 거칠고 힘들다는 뜻이겠지만, 미국이 이라크에 쳐들어가는 상
?황을 보면서 힘이 없으면 진리며 정의가 다 부질없는 것이라고 뼈저리게 느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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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걱정스럽습니다. 1997년 아이엠에프 상황을 겪고 난 뒤, 우리 사회가 빠
?르게 바뀌었습니다. 아주 일상적이었던 일들이 순식간에 뒤집어졌습니다. 그때
?는 단순히 뭐가 잘못되어서 우리가 잠깐 고통을 겪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이런 변화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북새통 속에서 우리 청소년
?들이 ‘돈이 최고야, 이 세상에서 내 몸뚱이밖에 믿을 게 없어, 강한 것은 아름답
?다’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강대국 미국이 이라크를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서 그런 생각이 더욱더 절실해졌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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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이럴 때일수록 어른들이 양심과 정의와 원칙에 따라 행동하여 청소년들
?에게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자칫하면 눈앞에 놓인 이익을 좇다가, 더 큰 것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우리 군대를 이라크에 보내서는 안 됩니다. 어른
?들이 남의 목숨을 놓고 이리저리 국익을 재면서, 오늘날 청소년들이 너무 이기적
?이며 약삭빠르다고 어떻게 나무랄 수 있겠습니까? 파병하겠다던 나라들이 모두
?다 파병을 철회하는 참에, 한국만 전쟁에 동참하는 것을 어떻게 청소년들에게 이
?해시킬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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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미국 청소년들이 가끔 총을 들고 친구와 교사를 쏴 죽이고 난동을 부리는
?것도 결국 미국 스스로 저지른 죄 값을 치르고 있는 것이지요. 거대한 제국은 항
?상 안에서 서서히 무너졌습니다. 칼을 쓰는 사람은 칼로 망한다고 하지 않습니
?까? 돌이켜보면 망할 일에 나서면서 흥하리라 생각하는 것이 바로 망조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