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식 글버릇을 고치려면…
글을 쓸 때마다 주장에서 벗어난다든가, 논거가 적절하지 않다고 합니다. 개요
표를 작성하고 대강 글의 흐름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글을 쓰다 보면 그
흐름을 잃어버리기 일쑤고, 글의 흐름을 아예 바꾸어 버립니다. 어떤 때는 용두
사미라고 합니다. 앞부분은 그럴 듯한데 끝을 보면 아쉽다는 거지요. 또 제가 하
고 싶은 말을 잘라서 하지 못하고 돌려 말하는 버릇까지 있습니다.
(답) 이것은 모두 글의 전체 구조를 조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첫
째, 글쓰는 이가 개요를 대강 작성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심혈을 기
울여 개요를 꼼꼼하게 작성하였다면 개요표에 정리된 구조를 바탕으로 글을 써내
려 갔을 겁니다. 그런데 메모하듯이 대충 정리한 개요라서 자기 자신조차 그 개
요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리고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글감을
잡아 나가니까 글의 흐름을 잃어버리거나 흐름이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 의
도했던 대로 글을 마무리하지 못하니까, 읽는 이는 “이런 유치한 결론을 내리려
고 그렇게 거창하게 떠벌리며 시작했나?”하며 용두사미가 되었다고 비판한 것이
지요.
둘째, 어떤 결론으로 글을 마무리해야 할지 글쓰는 이가 확신이 서지 않았을
때 구조를 조감하지 못하고 글이 흔들립니다. 즉, 글을 쓸 때 생각이 왔다갔다
하면 구조가 빈약해 보입니다. 이것은 대개 글쓰는 이가 다루어야 할 주제를 잘
알지 못하거나, 찬성과 반대에서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하지 못하니까 갈피를 잡
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입니다. 목표와 방향을 정하지 못하면 배가 정처 없이 바
다를 떠도는 것과 이치가 같습니다. 그러므로 둘 중에 하나라면 어느 한쪽을 분
명히 선택해야 자기 생각을 한 방향으로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셋째, 많은 사람들이 글 첫머리를 멋있게 쓰려고 합니다. 베토벤의 ‘운명교향
곡’처럼 거창하게 시작하려 하지요. 그러나 처음에 화두를 힘차고 멋지게 던질수
록 자칫하면 그 뒤에서는 집중력을 잃고, 자기가 저지른 화두를 감당하지 못하
며, 지엽적인 것에 매달려 변명하기에 바쁘지요. 그러므로 글 앞쪽에서 힘을 빼
되 진심으로 자기 생각을 전달하여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해야 글 전체 구조를 제
대로 볼 수 있습니다. 채점자를 설득하려 하지 않고 채점자에게 잘 보이려고 하
기 때문에 힘을 엉뚱한 곳에서 낭비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런 모든 버릇을 제대로 고치려면 원고지 두 장짜리 짧은글부터 연습하
되 ‘이것 하나라도…’하는 기분으로 목표를 분명히 정해야 합니다. 자기가 정리
해야할 공간이 좁아서, 하고 싶은 말을 빙 돌려 말할 수도 없고, 횡설수설할 수
도 없습니다. 그리고 글 처음은 가볍게 ‘짚어보자’는 정도로 시작하고, 그 뒤로
계속 논거를 덧보태다가 끝에서 마무리해야 글에 긴장감이 생깁니다. 개요를 짤
때는 시간을 들여 문장개요로 꼼꼼하게 작성하고, 나중에 그 개요표에 있는 문장
을 그대로 옮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