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행기 3 – 따가이따이

제 목
필리핀 여행기 3 – 따가이따이
작성일
2001-02-10
작성자

고무신 따꺼 – 아침 인사 “즈므신 따꺼”를 우리식으로 바꾼 겁니다… 그래도 필리핀
사람들이 알아듣는다는군요…

오늘 갈 곳은 “따가이따이”입니다… 그곳에 가면 따알 호수가 있는데요. 화산이 터져
서 생긴 호수입니다. 쉽게 말하면 백두산 천지 같습니다. 그러나 그 넓이가 무지하게
넓어서 바다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저는 바다인 줄 알고 물맛을 보았습니
다…

그런데 그 호수 한 복판에 다시 따알 화산이 있습니다. 지금도 살아 있는 화산입니
다… 재미있는 것은 그 따알 화산 꼭대기에도 호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복화산이라
고 하더군요.. 화산 때문에 생긴 호수 한 가운데에서 또다시 화산이 터져 산꼭대기에
호수가 생긴 꼴입니다…. 쉽게 상상하시려면 어느 조그만 산을 도넛처럼 호수가 둘러
싸고 있으며, 그 호수 밖을 도넛처럼 산이 둘러싸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
리는 한 가운데 있는 따알 화산 전망대로 갑니다..

아래 사진은 따알 화산 정상에서 찍은 것인데, 사람들 뒤로 보이는 산 바깥쪽으로 따
알 호수가 둘러싸고 있습니다. 사진이 나온 김에 설명을 덧붙이면 첫 사진은 연예인
과 머슴이 함께 찍은 것 같고, 가운데는 박정희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가 같이 찍은
것 같습니다.. 끝 사진만 제대로 된 부녀 사진입니다… *^^*

버스를 타고 따가이따이에 갑니다. 그리고 지프니를 타고 꾸불꾸불한 산길을 따라 내
려가 따알 호수에 도착합니다. 거기서 아래 사진처럼 생긴 “방카”라는 배를 타고, 호
수 한 가운데에 마치 섬처럼 떠있는 따알 화산에 도착하면, 다시 그 호숫가에서 따알
화산 전망대까지 말을 타고 40분쯤 올라갑니다.

28일 일요일, 아침 일찍 출발하였습니다. 어제와는 달리 도로는 한가했습니다. 가이드
의 입심에 넋을 놓고 듣다가 어느 새 따가이따이에 도착하였습니다. 우리가 길거리에
서 신기하게 본 지프니를 가까이 볼 수 있었습니다. 지프니는 지프를 개조한 차입니
다. 지프 허리를 뚝 잘라 길이를 늘리고, 뒤에 한 15-20명쯤 승객을 태울 수 있도록
만든 차입니다. 승객은 차 뒤쪽에서 타는데, 차에 창문이 있으나 대개 유리가 없습니
다. 우리 차는 아크릴 창문을 달았습니다. 지붕이 낮기 때문에 승객이 모두 앉아야 하
며, 차가 달려야 시원합니다.. 지프니 겉이 아주 화려하지요. 여유가 생길 때마다 차
를 조금씩 치장해 나간답니다. 그래서 모든 지프니가 겉과 속이 다 다릅니다.

원래는 지프니 옆구리에 노선 표시가 있어서 그 노선 중간이면 아무 데서나 태우고,
아무 데서나 세운답니다… 대개 우리 나라에서 보낸 자동차 엔진을 이용하여 만든 것
이라, 매연이 심하고 소리가 엄청나게 큽니다… 경운기가 조금 빨리 달리는 것 같습
니다… 그래도 이 차를 지닌 사람은 필리핀 부유층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이들 기사
들은 마닐라 교외에 집이 있으며 잘 사는 것 같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달리는 지프니
안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지프니에서 내려 방카를 타고 호수를 건널 때 찍은 사진입니다..

말을 타고 전망대로 올라갈 때 찍은 사진입니다. 손님이 한 줄로 서면 마부가 손님을
골라 태우는데, 불행히도 우리 일행 21명 중 제가 맨 마지막으로 선택되었습니다….
마부는 가벼운 사람부터 선택해 나가기 시작하기 때문에 내가 가장 무거운 사람이라
는 말입니다… 사진을 보니 말이 정말 힘들어 보입니다…. 참고 삼아 말씀드리면
내 앞 번호는 김동인님이었습니다… ^0^ 밝은누리는 말에 아주 잘 어울렸고, 말타
는 내내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계속 타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어쨌든 말을 타고 산 꼭대기에 도착하였습니다. 산 정상에는 매캐한 유황 냄새가 퍼
져 있었으며, 산 꼭대기 호숫가에서는 호숫물이 끓고 있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
는 화산 꼭대기에 서 있는 것입니다… 사진 왼쪽 위 구석에서 연한 하늘 색은 호숫물
이고, 그 뒤에 있는 진한 하늘색은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입니다..

기념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마치 자매들인 것처럼 우리 일행 여자분들이 옷 색깔
을 맞추어 입어 놀랐습니다.. 여자들은 세련되었는데, 남자들은 나이 많이 먹은 노인
네마냥 난간에 기대어 힘에 부쳐 합니다… 참 딱합니다… 그렇게 힘이 들까요?

정상에서 음료수를 마신 후 다시 그 말을 타고 내려 왔습니다. 내려올 때 말 안장에
제 거시기(?)가 끼어 아주 고통스러웠는데, 마부가 나를 즐겁게 한다고 말에 채찍질
을 하여 더욱 막 달리게 하여서, 저는 아주 고통스러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

내가 탄 말을 끌고 간 마부는 열다섯 살짜리 고등학생인데, 덩치가 아주 작아서 처음
에는 초등학생인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마부 중에는 초등학생, 할머니, 아저씨, 노
인 등 아주 다양했습니다.. 말 한 마리를 가지고 관광객을 상대로 먹고 사는 동네입니
다… 사진에 있는 아이들이 모두 고등학교 1, 2학년입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필리핀 음식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같이 간 아주머니 팀에
서 소주팩을 주는 바람에 김대순님과 내가 소주로 속을 달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
서 기분 좋게 잠을 잤습니다. 오다가 길가에 있는 과일 가게에 들러서 과일 구경도 하
고, 열대 과일도 샀습니다.

마침 과일 가게 옆에 “트라이시클”이 있어서 차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트라
이시클은 옛날 독일군들이 타던 오토바이같이 생겼는데, 서너 명이 탈 수 있으며, 신
혼 부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마닐라 시내에서는 주로 가까운 곳에 급
히 갈 때 타고 다닌다고 합니다….

마닐라 시내로 돌아와 리잘 공원으로 갔습니다. 리잘은 필리핀 독립의 아버지입니
다… 공원을 아주 잘 꾸며 놓았습니다… 청소도 잘 되어 있고, 사람들도 아주 많았
습니다… 일산에 있는 호수 공원 같았지요… 여기에서 누리는 친구들에게 준다고 이
쁜 열쇠고리를 35개나 샀습니다. 사진 왼쪽 뒷줄에 있는 첫사람과 둘째 사람이 부부
가 아니라, 둘째 사람과 셋째 사람이 부부입니다…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여자분은 김동인님 색시인데, 나를 아주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

금방 해가 떨어지더니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밝은누리가 아름다운 석양을 배경으로 하
여 구도를 제대로 잡아 사진을 아주 잘 찍었습니다…. 이 여자분은 김남원님 색시입
니다. 나를 아주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

저녁 먹기 전에 잠깐 진주를 파는 집에 들렀는데, 수많은 진주가 황홀할 정도로 아름
다웠습니다. 아주머님 팀 중에서 비싼 진주를 사는 분이 있는 것 같았으나, 대개는
만 원 안쪽 선물용 진주를 많이 샀습니다. 우리 딸 누리는 30만원짜리 진주 목걸이가
이쁘다고 사달라고 하다가, 내가 안 사주니까 삐졌습니다. 나는 우리 작은 애가 정말
무섭습니다.

한식집에서 내장탕 – 정확하게는 천엽탕을 먹고 숙소로 돌아 왔습니다. 우리 일행이
호텔로 돌아와 막 로비로 들어서려는데, 이상한 행렬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얼마 전
필리핀 대통령이 물러났다는데, 데모를 또 하나? 축하하는 건가? 별별 생각을 다 하는
데, 그 행렬이 점점 우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기 예수상을 앞세우고 행진하는 사
람들이었습니다.. 우리 나라식으로 치면 초파일 행사와 비슷했습니다…

걷는 사람, 여러 조각상을 가득 태운 수레를 끄는 사람, 수레에 탄 사람, 깃발을 든
사람, 얼굴에 그림을 그려 넣은 사람, 자동차에 사람을 태우고 가는 사람…. 아주 다
양했으며, 모두들 즐거워 보였습니다…. 우리 일행 중 어느 아주머니가 “우상숭배”라
고 말씀하시더군요… 이 나라 국교가 카톨릭인데, 아마 그 아주머니는 개신교에 다니
시는 모양입니다.. 행진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외국 사람인 것을 알고 웃으며 손을 힘
들어 주었습니다..

그 다음날 귀국 비행기에서 본 신문 기사로는 이날 행사가 “아기 예수 축제 연례 행진
(the annual parade of the feast of the Christ Child)”이었습니다… 우리 부천 팀
은 그 행진 한 가운데 들어가 사진을 찍기도 하고, 차 위에서 아주 귀여운 필리핀 아
이가 “깬디”하며 사탕을 한 줌 집어 길거리로 던질 때 다른 필리핀 애들과 함께 달려
들어 줍기도 하였습니다…

샤워를 하고 누리와 호텔 밖으로 나와, 어제 맥주를 마시던 편의점에서 치즈버거
와 “하오하오”라는 팥빙수를 시켜 먹었습니다.. 공중 전화는 카드만 사용할 수 있어,
필리핀에 온 이후 집으로 한 번도 전화를 하지 못했습니다…. 왜 동전 공중 전화가
없을까? 필리핀에도 휴대폰을 쓰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내일이면 집에 가는데 싶어
서 전화하는 것을 포기하였습니다… 캠코더로 편의점 내부를 이것저것 찍었습니다.

그 시간에 다른 일행들은 여자분들을 모시고 호텔 게임룸에서 빠찡꼬를 하였습니다.
그때도 김남원님이 또다시 20만원짜리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어제 터트린 것까지 하
면 여행 경비를 많이 절약한 셈입니다…. 한국 노름꾼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떨쳤습니
다. ㅎㅎㅎㅎㅎ

나는 누리와 숙소로 돌아와 텔레비전 만화 영화를 보다가 어제 못 잔 잠 때문에 피곤
하여 곧바로 잤습니다… 필리핀 마지막 밤을 곱게(?), 조용히 보냈습니다… 사실은
어떤 방 아주머니 두 분과 술 마시며 토론하기로 하였는데, 아주머니 팀이 마지막 쫑
파티를 한다고 한 방에 모두 모이는 바람에 세미나가 무산되었습니다…. 정말 아쉽습
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