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금강산에 갔다 왔어요.- 한밝은누리

제 목
8월 5일 금강산에 갔다 왔어요.- 한밝은누리
작성일
2000-10-6
작성자


우리 가족은 금강산을 가기로 했다. 엄마, 할머니, 나 그렇게 셋이 가기로 했
다. 엄마의 말로는 버스를 타고 여의도에서 배타는 곳까지 5시간을 가야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들뜬 마음에 버스에서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그러나 1~2시간
이 지나자, 난 조금씩 잠이 왔다. 사르르 눈이 감기며, 앞으로의 일들이 머릿속
에 떠올랐다. 그러다 잠이 들었는데… 한참 자고 일어나니 맑은 햇살이 내 눈가
에 피어났다. 드디어 도착한 것이었다. 나는 졸린 눈을 반쯤 뜨고, 버스를 나섰
다. 저녁의 안개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와~” 나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영화에서만 보던 ‘타이타닉’ 호 같은 아주 큰 배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나는 특별히 금강산 여행이 그렇게 좋지도 않고, 힘들기만 할 것 같았는데 나
는 내가 공주라도 되는 듯 마음껏 뽐내며 다리에 힘을 주어 뚜벅뚜벅 걸어나갔
다. “어서 오십시오..” 그 곳에 있는 선장님들과 또 승무원 언니, 오빠들이 사람
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또 우리들을 맞이하는 파티로 승무원 언니 둘이서 춤을
추며 노래를 하고, 나머지 남자들은 박자에 맞춰 박수를 “짝짝짝짝” 하며 치고
있었다. 막상 이것저것 둘러보니 좋은 객실의 좋은 식당, 멋진 쇼장에 멋진 언
니 오빠들.. 마치 이곳이 환상의 나라 같았다.


우리는 나반 5조의 110번 방이었다. 방문을 여는 순간!!! 마치 궁전 같은 방안
에 3개의 침대와 화장대 하나.. 드나드는 웨이터들과 샤워 부스가 있는 멋진 욕
실!!! 하~ 이건 분명 꿈일 거야… 몇번을 나 스스로 내 살을 꼬집어 봐도, 오히
려 뻘개져서 아플 뿐.. “야~~~ 신난다~!!” 이 금강산은 한편으론 서비스가 좋아
친절하고, 또 한편으론 이것저것 이리저리 갸우뚱거리며 들쳐보는 것이 무척 꼼
꼼했다. 난 내 머리로 이것저것 정리 해보았다. 먼저, 친절한 것과 꼼꼼한 것!

1. 식사를 하러 가면 언니 오빠들이 테이블에 와서 여러 가지를 체크 한 다
음 “손님 맛있게 드세요..” 하며 친절하게 대해준다.
2. 우리가 잠시 나가면 우리 방을 깨끗이 치워주고 정리 해준다.
3. 방에서 놀고 있으면 ‘똑똑’ 하며 와서 “손님 필요한 것 없으시나요?” 하며 물
은 다음에 생수를 2병씩 갖다준다.

이와 같이 승무원들은 머리카락이 들어갈 틈도 없이 친절하고 꼼꼼하다. 다음 머
릿속으로 정리 한 것은 “부담” 이다.
1. 식당에서 많이 드나들고 묻는 것이 좋긴 하지만 정도가 지나칠 경우에는 부담
스럽다.
2. 어른들이나 꼬마아이들 에게도 말을 시킬 때면 쑥쓰러워서 말을 잘 하지 못한
다. 그때도 정도가 지나치면 부담스럽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우린 드디어 금강산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휴~~ 어디
까지 올라가야 하나?” 난 너무 힘들었다. 거의 쓰러질 것만 같은 나는 몸에 있
는 힘을 다하여 이를 빠득빠득 갈며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반쯤 왔을까? 난 배
도 고프고, 피곤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산행을 마치고 객실로 돌아왔다. 한순간
난 생각하였다. 금강산은 우리 나라 산보다 100배는 더 깨끗하고 100배는 더 맑
다는 것을… 올라갈 때 북한 안내원 언니들이 우리가 쓰레기를 버리나 안 버리
나 지키고 있을 때였다. 우리 엄마가 그 언니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난 북
한 사람들이 낯설기만 하고 얼굴도 쳐다보지 못했었는데 막상 가까이 보고 이야
기도 나누어 보니, 왠지 기분이 산뜻하고 뿌듯했었다.


두 번째 날에도 역시 산행을 했다. 이 산행을 모두 마치면 온천을 간다는 말에
갑자기 힘이 불쑥불쑥 솟아올랐다. 어디까지 가야하나? 그래도 첫째 날보다는 힘
이 덜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첫째 날은 산이 울퉁불퉁하고 길었는데,
요번엔 긴 대신 땅이 평평했기 때문이다. 어느새 엄마와 난 정상에 다다라 있었
고 여태까지 흘린 땀이 사진 말고도 기념이 되지 않았나 싶었다. 한편으론 힘이
들어서 울고 싶었지만 또 한편으론 아~ 내가 해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뭔
가 끈기를 갖고 열심히 해서 해낸 사람도 아마 이런 기분일 것이다.


아~~ 뜨듯~하다! 여기는 온천… 난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온천을 한번도 와 본
적이 없었다. 지금 보니, 그리 대단하진 않고, 그냥 목욕탕 보단 고급이구나..
라고 느꼈다.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았다. 난 알몸으로 이리저리 뛰어 다녔
다. 금강산을 와서 사귄 친구, 중학교 2학년인 언니와 함께 넓은 곳에선 수영도
하고 폭포에서 안마도 해 보았다.


금강산 산행은 모두 마치었다. 우리 가족은 북한 사람들이 벌이는 서커스도 보
았다. ‘모란봉 교예단’ 이라고 크게 써 부친 간판이 내 눈에 쏙 들어왔다. 음~
재밌겠다. 가슴이 두근거려.. “따란따란~” 힘찬 음악과 함께 공연은 시작되었
다. 난 단 1초라도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그 공연을 보는 사람들 하나 하나가
입을 다문 사람이 없었고… 모란봉 교예단은 더욱 위험하고 더욱 가슴 떨리게
하는 공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공중 그네에서부터 공중 비행까지.. 손에서 진
땀이 안 날수가 없었다. 정말 사람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대단하고, 아름
다운 공연이었다.


떠나기 하루 전날이다. 아침 식사를 할 때 고개를 내밀어 창문을 보았다. 아침
의 안개가 마치 아기의 피부처럼 뽀얗게 달아올랐다. 엄마와 할머니는 아쉽기도
하고, “아~ 즐거웠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나도 같은 생각이지만 난 빨
리 집으로 가고 싶었다. 집에 있는 강아지도 보고 싶고, 또 일 때문에 바빠서
못 가신 아빠도 보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되었다. 아니, 밤이 되었
다. “자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북쪽으로 와 있겠지?”

“윙~” 배의 고동 소리가 사람들의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자, 모두 일어납시
다.” 할머니께서 말씀 하셨다. 아침을 먹으러 가는 것이었다. “아~ 잘 잤다!” 잠
을 잘 자서 그런지 아침밥도 아주 꿀맛이었다. 아침을 먹은 다음은 짐을 챙기고
이제 집에 가야한다. “아쉽다.. 그래도 좋은 추억이 될 거야.” 우린 급히 짐을
챙기고 배 밖으로 나갔다. 금강호 출구에서는 선장님께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나
누고 계셨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이제 이 인사가 마지막이겠네…

우린 처음에 타고 온 버스로 부천까지 다시 5시간을 가야한다. ‘나에게 돈이 많
이 있다면 북쪽 사람들에게 옷이라도 한 벌씩 사주고 싶다.’ 난 느꼈다. 북한 어
린이들과 손잡는 그날까지 우리 남쪽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욱더 힘써야겠다는 것
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