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교장과 어떻게 살까?
아주 오래 전에 ‘간디’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인도는 다인종, 다민족, 다종
교, 다언어 국가이지요. 간디는 그런 인도를 하나로 통일한 지도자입니다. 이 영
화는 그 간디의 일생을 담은 영화였지요. 인도에서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참
고로 말씀 드리면 간디 이름 앞에 붙은 ‘마하트마’는 ‘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입
니다.
그 영화 중에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영국인 소금 공장을 인도인들이
접수하러 갔을 때 일어났던 장면입니다. 영국은 인도를 식민지로 삼아 여러 자원
과 노동력을 착취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소금법을 만들어 인도 국민은 반드시 영
국 정부가 만든 소금을 사서 쓰도록 했습니다. 간디는 바닷가에 가서 소금을 만
들어 먹으며, 이 법을 일부러 어기고 체포되었습니다.
그리고 간디 추종자들은 영국인 소금 공장을 접수하러 갔습니다. 그 날 인도인
2,500명은 한 줄로 서서 소금 공장을 지키는 영국인 경찰 앞으로 다가가 아무런
무기를 갖지 않은 채, “이 소금 공장을 내놓으시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영국
인 경찰은 그 인도인을 몽둥이로 후려칩니다. 그 인도인이 쓰러지면 다른 인도인
들이 들것으로 실어다가 뒤에서 치료를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서있던 인도인
이 영국인 경찰 앞에 머리를 디밀고 똑같이 말합니다.
싸움이 아니고 전투도 아니고, 인도인들이 일방적으로 끝없이 영국 경찰한테 두
들겨 맞는 항거입니다. 영국인 경찰도 답답했을 겁니다. 차라리 달려드는 놈이라
면 맞서 싸우기라도 하겠는데, 와서 때리라고 줄을 서서 머리를 들이대니, 자기
가 사람으로서 못할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때 저는 영화를 보며 전율하면서도, 저런 미련한 놈들이 있나 싶었지요. 돌멩
이라도 들어 던지며 싸우지 하는 안타까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간디의 비폭
력을 앞세운 저항은 더 큰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 사건을 전세계 언론이 대대적
으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서양 사람들이 동양 식민지 백성을 얼마나 잔인
하게 대하고 있는지 전세계인이 알게 되면서 영국에 압력을 넣습니다. 간디가 풀
려납니다. 그리고 소금법이 폐지되어, 인도인 아무나 소금을 만들게 되었습니
다. 1931년 이때부터 인도 독립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가끔 머리를 기를 수 있도록 교장선생님께 말씀 드려달라고
나에게 부탁합니다. 그때마다 나는 거절합니다. 너희들이 직접 이야기하라….
아이들은 이야기해보았자 소용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야기하라…. 아무도 이
야기하지 않으면 니네들이 무엇을 답답해하는지 상대방은 모른다…. 너희 선배
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너희들이 지금 머리를 기르지 못하고 있
다… 너희들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너희 후배들이 또 못 기른다….. 받아들일
때까지 끝없이 이야기하라….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장이 부당한 일을 할 때 나서서 말하세
요. “이 학교 떠나면 그만이지.” 하고 아무 말도 안 하니까, 그 교장이 여태 그
모양 그 꼴을 유지한 겁니다. “더러워서 피한다.”고요? 그러니까 냄새가 계속 나
지요. 누군가 치워야 합니다. 그 누군가를 남에게 미루지 마세요. 나여야 합니
다.
최남선, 이광수, 서정주가 친일을 했다고요? 따지고 보면 그 사람들은 용기가
없어 일제에 반항하지 못한 소시민이지요. 수업 시간에 그 사람들 욕을 쉽게 하
는 우리들….. 알고 보면 우리도 조국 광복은커녕 학교장이 지시하는 부당함에
제대로 항의 한 번 하지 못하는 졸장부들입니다. 내가 현대판 이광수이고, 서정
주이지요.
선임 교사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죽어지내는 바람에 지금 내가 고생하고 있듯
이, 오늘날 내가 침묵하면 후임 교사가 그 무식한 교장에게 또 당합니다. 그러
니 이제는 주어진 운명을 피하지 마세요… 그리고 소금 공장 접수한다는 심정으
로 부당함에 머리를 디미세요…. 나를 위해, 남을 위해, 사회를 위해, 그 교장
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