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넥타이를 매지 않으면 결재를 안한다네…

제 목
교사가 넥타이를 매지 않으면 결재를 안한다네…
작성일
2000-09-2
작성자

며칠 전 최의억 부장님이 주선하여 술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제가 그 동안 원고
를 정리하느라고 수고했다는 것이었지요. 잊지 않고 챙겨 주어서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어떤 학교에서는 넥타이를 매고 가
지 않으면 교장이 결재를 해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학생들 대학 입시 원서 때문
에 들어갔는데…. 아니, 지금도 그런 교장이…

언젠가 컴퓨터 통신 교사 동호회에 들어갔더니, 젊은 교사인데 몹시 화를 내며
글을 올렸더군요. 생활 한복을 입었는데, 교장이 입지 말란다는 거예요. 그래서
못 입고 다닌대요…

저는 생활 한복을 1년 내내 입고 다닙니다. 1996년부터 입었지요… 그때 제가
생활 한복을 입고 길거리에 나서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다시 한 번
쳐다보고 지나갔어요. 초상집에 가느라고 제가 양복을 입었는데, 사람들이 보더
니 그냥 한복을 입으라고 하더군요. 얻어 입은 양복 같다구요… 그래서 그 이
후 양복을 입은 적이 없어요.. 지금은 사람들이 생활 한복을 많이 입고 다녀, 낯
설지 않습니다. 그래요, 처음에는 조금 낯설어도 지나놓고 보면 별 것 아니지
요.

그 교장이 무슨 근거로 한복을 못 입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더구나 한국 사람
이 한복 입겠다는데, 양복을 입으라니 미친 놈 아냐? 아직도 그런 조그만 것, 뭔
가 남과 조금 다른 것을 수상하게 보는 편견을 갖고 살다니…. 그런 놈들은 정
작 달려들어 교사가 해야 할 일에는 관심도 두지 않습니다. 아니, 알면서도 모르
는 척하지요….. 약자한테만 강한 놈이니까요… 저 같으면 교육부에 질의하겠
어요. 교육공무원이 입어야 하는 옷의 기준이 뭐냐고요?

제가 작년 초부터 머리에 염색을 하고 다녔어요. 세치가 많은데 미장원에서 검
정 물을 들이라고 해서 물을 들였어요. 그러다 이왕 물들이려면 예쁘게 하자 싶
어서 색깔을 넣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갈색일 때도 있고 노란 색일 때도 있어
요. 다들 이쁘다고 해요. 물론 처음에 어느 동료 교사는 저보고 ‘나이 마흔 다섯
에 이제 완존히 맛이 갔군’ 하시는 분도 있었어요.그래도 지금은 다들 그러려니
해요. 그때 학교장이 언짢아했다고 하더군요.

혹시나 싶어서 제가 법전을 찾아보고 공무원 복무 규정을 뒤져보아도 남자 공무
원이 염색하면 안 된다는 말이 없더군요. 그렇지요. 당연한 것이지요. 사생활이
니까요. ‘세수해라, 가발 쓰지 말아라, 일찍 자라’하는 규정이 없는 것과 똑같아
요.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알아서 할 부분이지요…. 여태까지 몇 년 동안 염색
하고 다닙니다. 학교장이 나에게 직접 대놓고 말한 적이 없는데, 내가 알아서
길 필요가 없지요. 물론 대놓고 말한다면 교장을 설득할 겁니다. 설득이 안 되
면 교육부에 질의해야지요. 조그만 편견을 깨기 위해서라도요…

따지고 보면 어떤 학생이 다른 애와 조금만 달라도 교사들부터 잘 받아들이지 못
해요. 그럴 수 있다고 보지 못합니다. 제가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이상하다고 하
고, 롤러블레이드를 배운다고 하니까 이상하다고 하고…… 아니, 어떤 것이 정
상이고 비정상입니까? 모두다 정상이지…..

자기 자신부터 편견을 버리자고요… 결재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아이들 원서
가 급해서 넥타이를 빌려 매고 들어갔다네요…. 에이, 나 같으면 그 교장이 싹
싹 빌고 원서를 빨리 가져오라고 할 때까지 안 가지고 들어갑니다. 내가 답답할
게 뭐 있어요….. 원서 접수 못하면 교장이 책임져야 하는데….. 쌈 할 줄을
몰라요.

<추신> 제 홈페이지 방명록에 있는 별명의 주인공들이 누구인지 알려 드립니다.

자칭 킬리만자로의 표범 – 김대순 선생님

자칭 페스탈로찌. 타칭 페스트균 – 김남원 선생님

자칭 두더지 – 강동채 선생님

자칭 장승백이 – 최의억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