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받아들이는 다섯 가지 방식

제 목
죽음을 받아들이는 다섯 가지 방식
작성일
2001-05-6
작성자

‘인문과 사상’ 5월호에 진중권씨가 필립 아리에스가 쓴 “죽음의 역사”라는 책을
소개해 놓았습니다. 아리에스는 인간이 죽음을 다섯 가지 모습으로 받아들였다
고 합니다. 물론 서구 기독교 문명을 중심으로 설명한 것인데, 여러 모로 재미있
는 내용이라 여기에 간단히 소개합니다. 잘 이해하시면 우리네 장례 풍속이 60년
대가 다르고, 80년대나 오늘날이 달라진 이유를 짐작할 수 있지요.

1. 중세 초에는 죽음을 ‘우리의 죽음’으로 받아들임
– 이때는 인간이 공동체 품 속에서 죽었다. 그러므로 죽음이 외롭지 않다. 죽는
이도 크게 겁내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객사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였다. 언젠가는 부활하리라 믿는다.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원형
냉동고에 담겨 미래 의학으로 부활할 것을 꿈꾸고 있다고 한다. 중세 초 사고방
식의 현대판…)

2. 중세 말에는 죽음을 ‘나의 죽음’으로 받아들임
– 죽음을 개인 문제로 받아들여 두려워하였다. 자기가 영생의 구원을 받을 수
있을지 의심하였다. (한국 일부 교회에서 영생과 휴거를 이야기하는 것은 중세
말 사고방식의 현대판…)

3. 바로크 시대에는 ‘멀고도 가까운 죽음’으로 받아들임
– 죽음이 뭔지 알려고 하였다. 해부학이 발달하였다. 성자들의 순교 장면이 공
개되었다. 죽음을 거부하면서 죽음을 즐기는 이중성이 드러났다. (상대방을 괴롭
히며 즐기고, 심지어 토막 내어 죽이는 사람은 바로크 사고방식의 현대판…)

4. 낭만주의 시대에는 ‘타인의 죽음’으로 받아들임
– 자기가 죽었을 때 가족들이 아주 슬퍼할 것이라고 상상하면 죽음이 반드시 나
쁜 것만은 아니다. 죽음은 달콤한 것이고, 구차하게 살아남을 때 오히려 고통스
럽고 추할 수 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인터넷 사이트
에 자살 사이트를 개설하여 죽자고 유혹하는 것은 낭만주의 사고방식의 현대
판…)

5. 현대에는 ‘반대물로 전화한 죽음’으로 받아들임
– 죽음은 끔찍한 것이다. 그러므로 잊는 것(망각)이 최고이다. 죽음을 되도록
보지 말고 언급하지 말자. 죽는 자와 죽어가는 자는 병원에서 처리한다. 과거에
는 사제가 죽음을 담당하였고, 낭만주의 시대에는 시인이 죽음을 담당하였다면,
오늘날에는 의사가 그 일을 담당하고 있다.

* 돌발 퀴즈

다음 문제를 읽고 언제 사고방식인가 대답해 보시오.. ^0^ (한효석 출제..)

1. 장례식장에 모여 술 먹고 고스톱을 치는 것은?
2. 부고장을 받고 장례식장에 가기 싫어서 돈만 보낸다면?
3. 죽은 아내를 못 잊어 남편이 따라 죽었다면?
4. 엽기 사이트에 있는 잔혹한 장면을 자주 들여다보는 것은?
5. 교회를 다니고 천당을 꿈꾸며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답
1 – 중세 초
2 – 현대
3 – 낭만주의 시대
4 – 바로크 시대
5 – 중세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