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자료 두 곳 – 오류 분석
원문
(농림부 9/8 보도자료- 농림부 식품산업과 제공)
□ 이번 공모전에는 총 72점이 출품되어 심사한 결과, 한경진디자인연구소 한경진씨가 출품한 ?천예참?이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였고, 금상은 인천대학교 장동진?한세대학교 신찬욱씨가 공동출품한 ?사계향기?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는데, 대상 및 금상 수상작에 대해서는 각각 농림부장관상이 수여된다.
○ 또한 심사에서 대상 1점, 금상 1점, 은상 3점, 동상 5점과 입선 20점 등 30점의 수상작이 선발되었는데 모두 상장과 함께 시상금도 지급하여 격려할 계획이다.
해설
1) 문장이 너무 길어, 문장 주체가 뚜렷하지 않다. 주어?서술어가 제대로 호응하지 않는다. – 문장은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40자 안팎이 좋다. 적어도 60자를 넘지 않아야 한다. 문장이 장황하면 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독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국가공무원이 업무와 관련하여 자기 견해를 글로 발표하면, 그 내용이 정책 판단의 결정적인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표현이 아주 구체적이어야 한다. 글이 모호하여 읽는 사람마다 달리 받아들이면 큰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위 예문에 주어를 제대로 집어넣고 문장을 짧게 끊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해보자.
□ 이번 공모전에 ‘작품’ 72점이 출품되어, ‘농림부(또는 심사위원회)’가 심사하였다. 한경진디자인연구소 한경진 씨가 “천예참‘을 출품하여 대상을 받았다.(무생물인 천예참이 상을 받지 않고 한경진 씨가 받아야 옳다.) 금상은 인천대학교 장동진?한세대학교 신찬욱 씨가 받았는데(또는 농림부는 장동진?,신찬욱 씨에게 금상을 주었는데), 그 두 사람은 공동으로 “사계향기”를 출품하였다. 대상 및 금상 작가에게 농림부장관상을 준다.
○ 또한 심사위원들이 대상 1점, 금상 1점 외에 은상 3점, 동상 5점과 입선 20점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농림부는 이 작가들에게도 모두 상장을 주고 시상금도 지급하여 격려할 계획이다.
한 문장의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못하고, 누가 누구를 심사하고, 누가 상을 주고 누가 상을 받는지 혼란스러워진 것은 문장이 길어지면서 여러 주어가 이리저리 뒤섞였기 때문이다. 이런 문장은 독자가 짐작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으므로, 독자마다 해석을 달리 할 수 있다. 결국 국가공무원들이 문장을 짧게 쓰고 주어(주체)를 분명히 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은 심신이 편할 수 있다.
원문
(농림부 9/12 보도자료- 농림부 국립종자관리소 재배시험과 제공)
제목 : 국립종자관리소, 종자분쟁 해결사로 우뚝!
- 대비시험제도로 합리적인 분쟁 해결·건전한 종자유통질서 마련-
해설
1) 제목만으로도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분명하게 잘 드러냈다. 특히 ‘우뚝’이라는 단어에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잘 담아, 제목 붙이는 솜씨가 아주 뛰어났다.
2) ‘대비시험제도’는 본문을 살펴보고서야, 종자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실험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냥 ‘종자 시험 제도’라고는 해도 될 것 같다. 또는 ‘종자 확인(검증) 제도’ 같이 일상 생활에서 흔히 쓰는 단어를 붙여, 이 말만으로도 그 제도가 어떤 제도인지를 사람들이 금방 이해할 수 있도록, 담당 공무원은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명칭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정 안 되면 단어를 제대로 띄어 써서 ‘대비 시험 제도’라고 해주어야 했다. ‘대 비시험 제도’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대비’라는 말이 일본 관청에서 쓰는 말은 아닌지? 그 뒤로도 ‘불시추대(4건), 기형과(4건), 결구 불량(2건)’처럼 일본말 흔적이 역력한 단어가 많다. 불시추대?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나를 국장으로 추대한다는 말일까? 농림부 담당자를 빼고 행자부, 외교부, 국방부 어느 공무원이 이 말뜻을 제대로 이해할까? 하물며 일반 서민은…
한효석 (<이렇게 해야 바로 쓴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