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고 다섯 달이 지났군요..

제 목
퇴직하고 다섯 달이 지났군요..
작성일
2001-08-2
작성자

지난 2월 28일자로 명예스럽게 퇴직하고 벌써 다섯 달이 지났네요.. 그 동안 제
게 많은 일이 있었지요. 러시아에도 다녀 오고요.. 그런데 “친구 따라 강남 간
다”고 하더니, 제가 2월에 퇴직하면서 친구 따라 서울 강남 도곡동에 갔습니
다.. 대학 입시에서 심층면접-논술을 요구하니 제가 할 일이 있을 거라는 친구
말을 듣고 말이지요…

원래 퇴직하면 곧바로 컴퓨터를 좀더 익혀서 외국에 취업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
았습니다. 가능하다면 이민도 고려하였지요… 그런데 갑자기 친구 때문에 강남
에서 학원 강사가 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되어 버렸어요… 어쨌든 오래 사
귄 친구가 배려해 준 것이니, 당분간 서울 분위기를 익히는 셈치자 마음먹고 두
어 달 동안 서울로 출근하였지요… 아이들을 가르치지는 않고, 주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진학에 대해 상담하였습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어째 이상하대요.. 저랑 맞지 않는 것 같더군요.. 강남 학
원 강사가 대부분 30대이고, 학원장은 40대 초반입니다. 저는 이미 학원장을 해
야할 나이도 지났지요.. 게다가 강남 어머니들이 얼마나 계산적인지 모릅니다.
제가 지금까지 사람 사귈 때 계산하지 않고 사귀었지요. 그런데 서로 마주 보고
앉아서 얼마 짜리 학부모인지, 얼마 짜리 강사인지를 탐색해야 합니다….

저를 비싸게 팔려면 비싼 값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실제보다 과장해야 할 때
도 있지요. 그런 게 영 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있는 그대로 드러 내놓고 살
면 편할 텐데…

어쨌든 퇴직금을 빼먹고 사니, 매달 돈이 줄기만 하더군요. 뭔가 해야할 텐데,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돈 들여 학원을 차리고, 학생을 모으고, 교사를 뽑고
해야 하나…. 지난 6월 말일까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실제로 학원 자리를
보러 다니기도 하구요.. 그러다가 잘못 발을 들여놓으면, 본전 생각이 나서 자
꾸 돈을 더 들이다가 나중에는 빼도 박도 못하겠구나 싶대요…. 제 나이가 일
을 벌여 놓고, 남과 경쟁할 때가 아닌데 싶더군요.

그런 참에 애 엄마가 그런 돈 있으면 자기를 달라고 하대요.. 음식점을 내고 싶
다고요… 그래서 우리는 무슨 음식점을 차릴까 고민하다가, 보리밥집을 생각하
고 얼마 전에 땅을 보러 다녔어요.. 싸면 땅을 사고, 비싸면 빌리기로 하고, 부
천 밖으로 땅을 보러 다녔어요… 그러다가 아는 분과 줄이 닿아서 부천 도당산
아래 자락에 보리밥집을 차리기로 하였습니다… 춘의동 부천 종합체육관이 있
는 곳입니다.. 정확하게는 여월동입니다… 부천 어디서 출발해도 20분 안쪽 거
리에 있습니다.. 승용차로 원종고에서 5분, 도당고에서 5분, 여월중학교에서 5
분 거리에 있습니다. 부천정산고에서 15분, 부천고에서 20분쯤 걸립니다.

서울 사무실은 지난 7월 중순 쯤 마무리하고 더 이상 출근하지 않습니다.. 지금
은 1주일에 두 번, 강의하러 서울 한겨레 문화센터에 갑니다. 7월에는 원미고,
역곡중에서 강의했습니다. 요청하는 곳이 있으면 멀리 가기도 합니다. 지난 번에
는 부산 보수초등학교까지 다녀 왔습니다.. 8월에는 공주대학, 인천교육원 두 군
데 강의 일정이 잡혀 있고요.. 이제는 그렇게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드리며, 여
유 있게 살려고 합니다..

8월 한 달 동안 여월동 집을 수리하고, 이사할 참입니다. 우리 가족이 모두 그곳
에 살면서 보리밥을 팔려고 합니다.. 애 엄마가 제게 그러더군요.. 다른 나라에
이민왔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자고요… 아, 그 말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애 엄마가 주로 일을 하고, 저와 애들은 보조로 일할 예정입니다. 이 참에 조만
간 저도 요리를 배울까 합니다… 제 변신을 기대해 보세요…

9월에 개업하면 그때 연락할게요… 원두막도 짓고, 아는 분들이 와서 주무시고
갈 수 있도록 잠자리도 많이 만들려고 합니다.. 가게를 열면 많이 팔아주세
요… 1년에 두 번만 오시면 됩니다. 뻑적지근한 요리가 아니니, 보리밥을 좋아
하시면 매일 오셔도 됩니다… 아는 분들 출석부 만들어 놓고 표시해 나갈 겁니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