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삽니다..
보리밥집을 열었습니다. 지난 2월까지 교사였던 제가 학교를 그만 두고 어떻게
보리밥집을 열게 되었냐고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또 어떤 분들은 제게
잘 어울린다고도 하시고요… 그게 그렇게 되었어요… 인생이 하늘이 정해준 대
로 사는 것인지, 그때그때 운명처럼 다가오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제가 원래 무슨 계획을 하고 학교를 그만 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막상 그
만 두니까 앞으로 생활할 일이 까마득하더라구요… 퇴직금이 있긴 하였지만 노
후까지 대비할 수 있는 돈은 아니구요… 그렇게 은근히 걱정스럽던 차에 아는
분이 서울 강남에서 일해 보자고 하여 지난 3월에 서울로 갔지요. 잘되면 나중
에 학원을 하나 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학원을 내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기로
하면 지금도 누구 못지 않게 가르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학원을 내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경영”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능력이 있어야 하지요…
그런데 제가 그런 쪽으로 경험이 없잖아요… 자칫 잘못하면 그나마 가지고 있
는 것을 다 털어먹겠다 싶더라구요…
그렇게 고민하던 때가 7월인데, 제 아내가 보다못해 그 돈으로 장사를 해보겠다
고 저에게 그 돈을 달라고 하였지요… “그래, 맞아…. 당신 음식 솜씨가 뛰어
나지… 왜 그런 생각을 진작 못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애
엄마 솜씨를 맘껏 펼 수 있는 보리밥집으로 테마를 잡았습니다…. 된장찌개, 김
치, 각종 나물들…. 게다가 정갈함까지…. 그리고 장사할 곳이 절 앞이라서,
제가 피비린내 나는 것을 다루고 싶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지난 석 달 동안 그 집을 수리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되
어 문을 열었구요…. 잘 될 것 같습니다… 대체로 사람들이 우리집 애엄마 음
식 솜씨를 좋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밀어주고 격려해주고 있
습니다…. 몇몇 분은 제 돈 들여서 사람을 바꿔가며 몰고 옵니다… 정말 고마
운 분들이지요..
저는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난로에 있는 재 털어내고, 군불 피우고, 쓰레기 치
우고, 산자락에 걸린 새벽 안개 속에서 큰 개와 여기저기 한바탕 산보하고, 음
식 쓰레기를 밭에 묻고, 작은 애를 승용차에 태워 버스 타는 곳까지 태워다 주
고…. 그렇게 이런저런 일로 뛰어 다니다 보면 식당 일과 직접적으로 관계 없
는 일에 매달려 살아도 하루 해가 모자랍니다..
물론 애 엄마도 힘들겠지요… 그래도 하루 매상을 보며 피로를 달래고 있습니
다.. 지난 40년 동안 아버지, 남편에게 기대어 돈을 쓰다가 자기가 직접 벌어
서, 쓰고 싶은 데 쓸 수 있다는 즐거움도 있을 겁니다… 자기가 월급을 주는 사
람도 있으니 자랑스럽기도 할 거구요…
저는 밤이면 밤마다 동동주를 퍼먹습니다.. 밤새도록 아무 술이나 아무 때나 양
껏 먹어도 공짜라니…. 저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자리 잡히는 대로 밤새워 책
읽고 글을 써야지요… 지금 이 생활이 너무나 해…행..행복합니다… ^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