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군대에 있을 때 남쪽이 실수한 것도 무조건 북쪽에 뒤집어 씌웠다. 어떤 일은 한쪽 부서가 상 받을 일이고, 다른 쪽은 징계당할 일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 어선이 북으로 넘어가는 상황에 놓이면 경계에 실패한 부서는 징계감, 넘어가기 직전에 월북을 예방한 부서는 포상감.. 그러므로 확실치 않은 것은 북에 떠넘기는 것이 양쪽이 무난하게 빠져나갈 일이었지.
이제는 우리 사회가 모두 그걸 배웠구나. 은행 컴퓨터가 뚫려도 북쪽 소행, 방송국 컴퓨터가 뚫려도 북쪽 소행, 방귀만 뀌어도 북쪽 소행… 그러면 은행 마비, 방송국 마비, 썩은내를 두고도 누구든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북쪽 카드는 얼마든지 벌을 피하게 해주는 면죄부 카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