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처럼 살기
수탉처럼 살기
한효석
요즘 제가 닭을 키우면서 닭한테 한 수 배웠습니다. 닭장 안에 수탉 한 마리와
암탉 일곱 마리가 있는데, 수탉은 수탉 나름대로 대장다운 몫을 하더군요.
예를 들어 사람이 모이를 주면 수탉이 자기는 먹지 않고 암탉을 불러모읍니다.
소리부터 다릅니다. 아침에 힘차게 “꼬끼요오”하고 울던 소리와 다르게, “구,
구, 구, 구”하며 소리를 끊어서 굴립니다. “굴, 굴, 굴, 굴”처럼 들리지요. 이
소리는 “여기에 먹을 것이 있다, 이게 먹을 만하다”는 뜻입니다. 시골에서 나이
드신 분들이 닭을 불러모을 때 “구구우, 구구구”하고 부르는 것도 알고 보니 수
탉이 암탉을 불러모을 때 내는 소리를 흉내낸 것이더군요.
모이가 낯설어 서먹할 때도 수탉이 먼저 그 모이를 확인하고 암탉을 불러모읍니
다. 제대로 된 수탉이 없는 닭장에는 똑같은 모이를 주어도 닭들이 먹지 않습니
다. 아무도 먼저 그 모이에 부딪치려고 하지 않아, 그 모이가 먹어도 좋은 것인
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모이가 있다고 불러도 암탉이 한 눈을 팔면 수탉은 마치 맛있는 것을 먹는 것처
럼 그 모이를 부리로 쪼기도 하고, 물었다 놨다 합니다. 엄마들이 아기 앞에서
맛있게 먹는 척하다가 아기를 먹이는 것과 비슷하지요. 물론 이때도 수탉은 열심
히 쪼는 시늉만 할 뿐, 모이를 삼키지는 않습니다. 가끔 어떤 암탉은 수탉이 물
고 있는 것만 채가기도 합니다. 그 암탉은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수탉은 그 암탉을 나무라지 않지요.
평소에 이러다가도 어쩌다 사람이 닭장에 들어가 암탉을 건드리면 수탉은 깃털
을 세우고 그 사람에게 사정없이 달려듭니다. 사람이 자기보다 덩치가 몇 배나
크고 힘으로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은데도, 암탉을 보호하려고 달려드는 것이지
요. 수탉의 그 기세가 아주 대단합니다.
한 마디로 말해 수탉은 암탉을 먼저 챙겨주면서도, 어려운 일은 제가 먼저 부딪
치며, 때로는 암탉을 위해 용감하게 싸우지요. 그런 수탉을 보면서 우리 사람들
도 저 수탉 같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처럼 사회가 각박하
고 어지러운 때일수록 이웃으로 눈을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정치 지도자, 집안 어른, 가진 사람들, 소위 ‘주류’라는 분들이 수탉의 덕
목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집단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의 영향력이
때로는 아주 크니까요. 말하자면 우리 사회에서 이 분들이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이런 덕목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약자를 희생시키며 자기 욕심을
채운 적이 많아, 미움 받을 때가 많았다는 뜻이지요. 남 앞에 서려는 사람들,
남 위에 있는 사람들이 좀더 겸손하게 이웃을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싶을 때마다
우리집 수탉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