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멘붕 이야기
얼숲 친구가 지난 총선 멘붕 이야기를 해서 저도 한 마디 하려구요.
지난 총선때 저는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실망시킨 부분이 컸잖아요? 노무현 대통령이 지지자를 배반하였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좀더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이번 총선에서 어느 정도 여야 균형을 잡아주되, 민주당을 비롯한 재야 세력이 과반을 조금 넘지 않을까 기대했지요.
그러면 여야가 국정을 논의해야 하는 구조로 갈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면 대통령이 누가되든 상관이 없죠. 박근혜든 문재인이든..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자기네 소속 지방의원이 많을 때, 전횡을 휘둘렀죠? 그러다 저쪽당 의원이 많아지자 오 시장은 못해먹겠다고 징징 짜다가 사퇴했습니다. (그래서 박원순 시장이 탄생했죠.)
김문수 지사는 지금 반대쪽 의원들과 비교적 잘 지내며 제자리를 잡았죠.
말하자면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이 안되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도, 야당과 상의하며 일할 거라고 본 겁니다..
그래서 총선이 중요했죠.. 그런데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깁니다. 그래도 희망이 있었어요. 겨우 넘긴 거니까요. 하지만 통진당 사태가 벌어지면서 야권이 산산조각이 나고, 새누리당이 정국을 다시 주도하게 됩니다.
그때 알았죠.. 아~ 아직 멀었구나. 합리와 이성이 주도하는 정치판이 안되겠구나 하고 말이지요. 그때 저는 멘붕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제 안에 있는 폭력성이 꿈틀거렸어요. 할수없다. 이쪽이 대통령에 당선되어, 이명박 대통령이 하듯이 점령군으로 무식하게 저쪽을 한방에 다 보내자.. 그 수밖에 없어..군사력이 없으면 윤봉길이라도 나서야지.. 하는 식이었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대요. 민주당도, 야권도, 진보도, 노동자들도 역전 한 방을 노리는 겁니다..
이번에 다들 그렇게 로또를 샀어요. 틀림없이 당첨될 거고, 당첨되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요.. 대통령이 아니라, 왕을 뽑으려 한거죠.
그러다 당첨이 안되니까 멘붕이 오고, 50대가 그럴줄 몰랐다느니 말하는 거죠..
저도 한방에 걸었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합리적 의회주의를 자처해왔지만, 이번에는 폭력에 혹했습니다. 사죄합니다.. 한방에 보내려 했습니다.
다음부터는 길가다 만난 사람, 어쩌다 부각된 사람에 목매지 않을게요. 대통령보다 국회의원이 소중하고, 국회의원보다 지방의원을 더 잘 뽑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을게요.
사람들을 한방에 훅 보낼 생각을 버리고, 한사람 한사람 설득하며 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