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경 님- 원종복지관 사회복지사
가출 청소년 모여라!
원종종합사회복지관(관장 임영담)이 청소년 복지 사업의 하나로 부천 최초
로 ‘부천 청소년 쉼터(전화 677-0108)’를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1999년 7월 30일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이 쉼터가 어떤 곳인지를 알아보려고 복지관을 찾았다.
한효석 : 안녕하세요? 쉼터 개원을 축하합니다. 청소년 쉼터에 어떤 의미가 있습
니까?
김현경 : 글쎄요. 그 동안 기성 세대가 말로는 청소년을 가장 위하는 것처럼 행
동했지만, 막상 청소년들이 가장 절실히 도움을 요청할 때는 아무도 돌보지 않았
다고나 할까요. 그런 면으로 본다면 이 쉼터는 그 동안 청소년들에게 정말 해준
것이 없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보아야겠지요.
한효석 : 지난 4월 언론 보도를 기억하시는지요?
김현경 : 예. 부천 한 여학생이 집단 따돌림을 피해 서울로 전학 갔는데, 가해
학생들이 서울 학생에게 연락하여 거기서 또 따돌림을 받았지요. 그러나 가해 학
생이나 피해 학생이 따지고 보면 모두 피해자이지요. 어른들이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으니까요.
한효석 : 개원 전부터 활동하신 걸로 압니다.
김현경 : 예. 부천 관내 중고등학생에게 설문지를 나눠주고 청소년 가출 충동에
대한 의식을 조사하여 책을 냈어요. 6월에 부일중학교 학생들과 5기에 걸쳐 집
단 상담을 하였고, 지난 7월 19일에는 제1기 또래 상담자 훈련 캠프를 열어 부일
중학교 학생 29명을 교육하였습니다.
한효석 : ‘또래 상담자’라는 말이 낯설군요.
김현경 : 쉽게 이야기하면 그 또래 학생들 고민을 그 또래 학생들이 들어주거나
해결해 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고민 있는 학생들은 상담 교사나 부모에
게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학생들이 자기 고민을 친구들에게 가장 잘 털어놓습
니다.
한효석 : 아주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만, 그 학생들이 1주일 훈련 받고 친
구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김현경 : 그럼요. 웬만한 것은 가능합니다. 설령 속시원하게 해결해 주지 못하더
라도 ‘아, 이 문제는 우리가 해결할 수 없으니, 상담 선생님께 말씀드려 보
자.’로만 진전되어도 괜찮은 셈이지요.
한효석 : 듣고 보니 그렇군요. 훈련된 학생들이 졸업하면 그 학교 또래 상담을
누가 합니까?
김현경 : 그래서 학년별로 상담자 교육을 계속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이 학
생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좋은 일에 앞장서는 봉사자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한효석 : 이 프로그램이 일선 학교에 알려지면 호응이 대단히 높으리라 생각합니
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김현경 : 훈련비를 받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추천한 학생이 5일 동안 참여합니
다. 아침에 집에서 이리로 오고, 일과를 끝내면 저녁때 여기에서 바로 집으로 갑
니다. 물론 그 기간을 학교에서 출석으로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훈련이 끝나면
그 학생들끼리 동아리(만화, 댄스 등)를 만들어 만나게 하고, 틈틈이 상담자 재
교육도 할 예정입니다.
한효석 : 청소년 쉼터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김현경 : 금년 상반기 중 부천지청에 접수한 상담 요청이 120여 건이 넘는다고
해요. 실제로는 그 몇십 배 상황일 겁니다. 더구나 문제가 심각하여 가출한 아이
가 임시로 거처하며 자신을 추스릴 만한 공간이 부천에는 전혀 없었어요. 아이들
이 가출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겠지만, 그 전이라도 아이들이 갈 데가 없고 상
의할 데가 없어 방황하는 일이 없었으면 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한효석 : 어떻게 운영됩니까?
김현경 : 가출 청소년들의 임시 숙소라고 할 수 있어요. 이틀에서 최고 14일 동
안 머무를 수 있는 세부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 이상 기간은 타 기관
과 연계하여 운영하려고 합니다.
한효석 : 먹고 자는 비용을 가출 청소년이 내야 합니까?
김현경 : (웃음) 전부 공짜입니다. 언제든지 찾아와도 환영합니다.
한효석 : (웃음) 그러면 가출이 늘지 않을까요?
김현경 : 요즘 청소년 가출이 대개는 바로 사회악과 연결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가출 청소년들이 쉼터를 안심하고 기댈 곳으로 생각하여 찾아온다면 초기에는 늘
겠지요. 그러나 나중에는 줄 것으로 믿습니다.
한효석 : 쉼터 프로그램을 좀더 자세히 소개해 주시지요.
김현경 : 진로 생각하기, 자원 봉사하기, 건강 검진, 약물 오남용 알기, 금연하
기, 각종 적성 검사하기, 취미 여가 지도하기. 부모와 상담하기 등이 있습니다.
한효석 : 부적응 학생, 왕따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는지요?
김현경 : 예. 학교에서 우리에게 위탁하기만 하면 그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1
주일 프로그램을 준비해두었어요. 그런 것을 ‘청소년 성장 집단 프로그램’이라
고 합니다.
한효석 : 학교와 연계하기로 하면 학교에 상당히 큰 도움을 줄 수 있겠군요?
김현경 : 그럼요. 선생님들도 여유를 갖고, 현실을 좀더 느긋하게 판단할 수 있
다고 봅니다.
한효석 : 애로 사항이 있으시다면?
김현경 : 쉼터가 지금은 너무 외진 곳(원종고에서 150m)에 있습니다. 가출 청소
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효석 : 구체적으로 말씀하시면?
김현경 : 전철역 주변이 좋겠지요.
한효석 : 나중에라도 필요성을 느끼면 역마다 또는 구마다 쉼터가 생길지도 모르
지요. 어쨌든 부천으로서는 청소년 쉼터가 신선한 자극이 되어 청소년 문제를 근
본적으로 접근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김현경 : 예. 감시 보호 받는 청소년에서 더불어 함께 사는 청소녀으로 갈 수 있
도록 어른들부터 바뀌어야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부천교육연대’ 같은 시민단체
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것도 많다고 봅니다.
한효석 : 예. 공동 사업을 찾아보아야겠지요. 여러 말씀 잘 들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김현경 : 예.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