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영, 김희경 – 진짜 향기를 찾는 학생들
“우리가 화장실 청소 당번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무슨 짓을 저질렀구나 하는 눈
초리로 우리를 봅니다. 지저분하고 더러운 곳이니, 우리가 벌받느라고 화장실 청
소를 한다고 생각하나 봐요.” 유현영(부천정보산업고 2학년, 사진 왼쪽)이 질문
자를 당당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김희경(사진 오른쪽)이 말을 받았다. “맞아요. 우리는 지난 3월부터 여
교사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어요. 3월 초 담임 선생님이 희망자를 조사할 때, 나
랑 현영이랑 손을 들었어요. 애들이 화장실 청소를 안 하려고 하니까, 담임 선생
님이 여러 가지 특권을 주셨거든요.”
그 특권이라는 것이 종례 때 참석하지 않고 바로 청소해도 좋다는 것과 1년 동
안 주번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전달 사항은 종례 전에 미리 담임선생님께
확인하고, 청소가 끝나는 대로 바로 집에 갈 수 있단다. 게다가 다른 곳 청소와
는 달리, 둘이 호흡만 맞으면 간단히, 얼른, 확실히 청소를 끝낼 수 있는 것도
좋았단다.
넉 달째로 접어든 화장실 청소가 잘 된 선택이냐고 묻자, “선생님들께서 화장
실 당번을 갈아치운다고 하시거나, 섭섭한 소리를 하실 때는 정말 하기 싫었거든
요. 열심히 하는데 그러시면…. 그래서 진짜 안 하고 도망갈 때도 있었어요. 그
러나 무슨 일이 있어서 선생님께 말씀 드리고 청소 안 하고 그냥 갔을 때, 그런
소리를 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다 보니까 지금은 계속 할 것 같아
요.”
하지만 애로 사항도 있단다. 집에 일찍 가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화장실 청소인
데, 선생님이 화장실을 쓰고 있을 때나 가끔 3학년이 화장실좀 쓰자고 하며 화장
실에 들어가면, 그 사람이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화장실 청소를 하며 많은 생각을 해요. 집에서는 내 방 청소도 잘 안 하는데
학교에 와서는……, 그리고 선생님들도 우리처럼 볼일을 보시는구나 싶기도 하
구요. 그래서 사람들이 겉보기와 다른 면이 많다는 것을 느끼지요. 흐흐흐….”
두 사람이 서로 바라보며 음험하게 웃었다.
“사실 이거는 비밀인데요. 담배 꽁초도 있어요. 놀랬어요. 솔직히 어떤 학생이
교사 화장실에 들어와서 담배를 피겠어요?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여학생들보고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하면서 여선생님들이 담배를 핀다는 게 이해가 안 되요.”
어, 같은 여자인데도 여교사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이상하게 본다? 물론 우
리 나라는 여자들이 담배를 피우면 불량스럽게 보는 풍토가 있지. 그래도 여자
든 남자든, 성인은 가치를 판단할 수 있으니 담배를 필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
할 수 있어. 그러나 학생들은 미성년자이니까 성인이 될 때까지 판단을 미루라
는 것이지. 특히 흡연이 청소년과 여학생에게 아주 안 좋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되
었으니까, 본인과 사회를 위해서 학생 때는 담배를 피지 말라는 거지.
“그래도 선생님이니까요…….. 모르겠어요…….. 아빠는 여자들이 담배 피
면 안 된다고 하시거든요. 어쩐지 여선생님들이 담배를 피우면 안 될 것 같아
요. 그런데 이런 거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이야기해도 되는
거예요?”
이 기회에 현영이가 선생님과 화장실을 쓰는 친구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단
다. “화장실 청소를 벌로 시키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화장실 청소할 때 물을 좍
좍 뿌리면 얼마나 재미있다고요. 더럽다는 생각을 버리고 즐겁고 재미있게 청소
하면 기분이 좋아요. 잘 하면 선생님들마다 칭찬을 해주시고요. 그리고 우리가
수고하면 전체가 편리하게 쓰잖아요.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쓰면 청소하는 사람
일거리가 많이 줄어요.”
인터뷰 내내 거침없이 솔직하게 쏟아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엔세대의 학생
들의 태도가 마냥 상큼했다.
장래 꿈이 회사원이라고 하는 유현영(20233@hanmir.com). 그리고 그래픽쪽으로
취업하겠다는 김희경(33773@hanmir.com). 그래서 요즘 둘다 그쪽 자격증을 따려
고 학원에 다니고 있다. 둘이 성격도 잘 맞는데다가 짝이 되어 청소를 해서 좋다
고 했다. 아침에 학교에 올 때는 동네가 다르기 때문에 만나서 같이 등교하기도
한다.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 노력하면 두 사람 희망대로 될 것이라는 말을 끝으
로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