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 선생님 – 공부하는 전교조 조합원

제 목
이영미 선생님 – 공부하는 전교조 조합원
작성일
2000-06-29
작성자

수업 중이라 학교가 조용한 시간, 과학실에서 책을 보며 혼자 엑셀을 공부하는
이영미 선생님을 찾았다. 올해 우리 학교(부천정보산업고)에 오신 이선생님은 평소 특
이한 머리 모양과 복장으로 눈길을 끌고 있었다.

* 경북사대를 나오셨더라구요. 경기도에는 참 드문데..
– 글쎄요. 지난 번 근무하던 부천중학교에는 다섯 분이나 계셨는데, 이 학교는
이은선 선생님하고 저하고, 둘밖에 없네요. 그전에는 경기도에 거의 없었다고 하
지만, 요즈음은 경기도로 많이 와요.

* 부천은 어떻게 인연이 닿으셨는지?
– 대학 졸업하고 또 공부한답시고, 대학원에 갔다가 그만 두고 몇 해 발령이
안 나서 백수로 놀다보니…(웃음) 그때는 말랐는데…(웃음) 나중에는 아버지
가 어디든지 좋으니 빨리 직장 찾아가라는 식이에요… 그래서 대구를 포기하고
경기도로 와서 임용 고사를 봤어요… 그래서 경기도와 인연을 맺고, 부천중학교
로 발령 받았지요..부천중학교에서 5년 있었지요.

* 부천중학교에서는요?
– 주로 과학부 일을 보았지요. 담임도 계속했구요. 여기 오니까 제가 중학교때
가르친 애들이 인사를 하더라구요.

* 전교조 활동은?
– 제가 87학번인데, 사회가 온통 어수선하던 때 공부를 했지요. 그래도 대학에
다닐 때는 제가 안 해도 주변에서 하니까…하는 마음이었고, 그냥 전공 공부만
하고 싶었던 사람이었구… 그러다가 부천중학교에 와서 전교조에 가입하였어요.

* 중학교 아이들과 여기 애들을 비교하면… 여교사는 여학생들이 편할 것 같은
데…
– 아니에요. 저는 남학생들과 5년 동안 생활해 왔기 때문에, 남자 애들이 더 편
한 것 같아요. 오히려 처음에는 여기 여자 애들한테 적응이 잘 안되었어요.

* 원래 성격이 남성적이지 않아요?
– 아니에요…(웃음) 우리 반 애들하고 처음 만났을 때 서로 경계하면서, 서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소한 것으로 애들과 부딪친 것이 많
았어요. 야영 갈 때 우리 반만 일곱여덟 명 정도가 안 가더라구요. 그냥 가기 싫
다는 거예요. 그런 일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하고 당연히 가리라 생각하다
가…. 실망이 컸지요.

* 다른 반 담임에 비하여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건데… 선생님 스스로 ‘야영을
꼭 가야 하나’하고 생각하신 것은 아닌지?
– 그렇지는 않아요. 아이들이 단체 활동으로 얻는 것이 많아요…. 저도 야영을
좋아하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안 갈 수 있다는 틈을 아이들에게 보여준 것이 아
닌가 싶어요. 애들이 그걸 탁 치고 나온 거죠. 무조건 다 가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판단해보라는 식이었는데….. 그게 마치 안 가도 되는 것
처럼 들렸나 봐요….

* 지금은 어때요?
– 넉 달쯤 지나니까, 이젠 서로 익숙해졌어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담임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지금도 아쉬운 것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뭘 해보려는 의욕이 없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영화를 보여줘도 조금 보다가 그
냥 자더라구요….

* 그것은 그 반만의 특성은 아닙니다. 전에는 아이들이 변하는 속도가 느려 잘
느끼지 못했을 뿐이지요. 그러므로 교사도 빨리 바뀌는 세태에 맞추어, 좀더 정
교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접근해야 하는데, 작년 방식을 무심히 적용하면서 아
이들이 집중하지 않는다고 아이들만 탓하지요.
– 맞아요. 그런 것도 있었을 거예요. 중학교 아이들이 이랬으니까, 고등학교 아
이들은 이러면 되겠지 하고 쉽게 생각한 부분이랄까…..

* 처음 오시는 분이 별실에 있으면 좋지 않던데…
– 예. 다른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지 않아, 빨리 사귀지를 못해요. 오
다가다 보게 되니까… 그래서 일부러 2층 교무실에 자주 가요. 빨빨거리고 돌아
다니지요.(웃음) 많이 친해졌어요.

* 뭘 배우고 있습니까?
– 요즈음 테니스를 배우고 있어요. 한 달쯤 되었구요. 재미있어요. 장구도 배우
러 다니고요. 나중에 할 수 있으면 아이들과 같이 하면 좋겠어요. 매주 월요일
저녁에는 서울 영등포 전국과학교사 모임에 참석하여 공부를 합니다. 거기 가면
아이들에게 도움되는 것을 많이 배우지요…. 고등학교가 그게 좋은 것 같아요.
교사의 재량이 커서 과학 수업을 내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다는 거….. 굉장히
좋은 조건이지요.

* 앞으로 계획은?
– 지난 번 발표 수업을 하는데 아이들이 굉장히 잘하더라구요. 너무너무 감동을
받았어요. 우리 아이들한테 희망을 봤어요. 내년에 아이들이 조금더 잘하게 하려
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그러지요… 되도록 ‘생활 과학’쪽으
로 방향을 잡아야 좀더 흥미를 갖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 다른 선생님께 한 마디.
– 제가 뭘 특별히 잘 하지는 못하지만, 잘 하려고 노력은 하니까 조금만 마음을
열고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찍은 사진이 잘 나와야 한다고 걱정을 하는 이 선생님.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욕심대
로 모두 익혀서 우리 학생들에게 늘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되기를 빌며, 과학실을 나왔
다. 아 참, 이 선생님이 나이가 많다고 했는데, 결혼에 대해서 물어 본다는 것을 깜
빡 잊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