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무너지는 교단
정 현 주 (용마초등학교 교사)
굉장히 많이 늘어났다 한다. 연구하는 선생님, 부장하고, 벽지로 신청해서 떠나
고, 수업 실기 대회와 인성교육 사례 연구계획서 제출하고… 예전에는 몇 명만
그렇고 보통은 아니었다. 나이 30중반에 그런 생각을 하게되면 무지하게 빠른 편
이었고 보통은 한 학교에 몇 명쯤만 있어서 나머지 선생님들은 그 선생님을 의지
의 한국인 선생님으로 여기며 열심히 아이들 가르치거나 아니면 평교사로 다른
활동에 더더욱 열심을 떨거나… 그러나 요즘은 정말 많이 늘었다 한다. 연구하
고 연수하고 대학원 진학하고….
언제부터였을까? 교육청에서 연구계획서 제출하라면 한 학년에서만도 제출하는
사람이 대여섯 명되는 것이 큰 학교에서의 보통 일이라고 하고 한 사람이 이 연
구 계획 저 연구 계획…따블, 따따블로 여기저기 다 내고 -인터넷과 통신도 거
기에 한몫 거들었다 한다. 온갖 자료를 다 검색해서 다시 이리저리 편집하고 힌
트를 얻을 수 있으니 에듀넷과 캐리넷이 붐비는 이유가 단지 아이들 수업준비만
있을까?- 교육청에서 하는 무료연수와 기타 연수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관 연수는 신청자들로 바글바글하고…. 좋은 풍경이다. 우리 선생님들 사이
에 갑자기 연구하는 바람이 몰아닥쳤다는 것.
아니, 정말 그럴까? 갑자기 학구적으로 교단이 바뀐 걸까? 그게 아니다. 선생님
들은 떠나고 싶은 거다. 이 평교사란 자리를 떠나서 좀더 나은 곳을 찾는다는 것
이 승진이나 관리직이다. 그리고 나중에 혹시 수석교사제나 교사 등급을 매기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리미리 준비해 둔다는 거다. 이젠 선생님들이
모이면 아이들에 대한 고민이나 교육 제도와 교육 현실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안 한다. 해 보았자 별 변화가 없고 비전이 없기 때문에 죽은 말이나 다름없어
서… 점점 가르치기 힘들어지는 아이들, 수요자 만족의 교육이라는 이름에 점점
더 그 방향성을 상실해 가는 일관되지 않은 교육 정책들, 학부형들.
그런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말 해보았자 무엇이 바뀔까? 선생은 선생들끼리 서
로 말을 잃어간다. 비전이 없는 자리. 이젠 모자라는 교사를 충원하기 위해서 초
등 교단의 문턱을 마구 낮춰놓아 다방면에 자격증 있는 사람들이면 한번쯤 시도
해 볼만한 자리. 그러나 그 자리에서의 있음이 거의 즐거움과 희망이 아니라 다
른 어딘가로 가기 위한 무덤덤한 자리가 되어 버렸다. 각자 개인적인 노력으로
벗어나려 할 뿐이니 어떤 말이 필요할까?
오래된 옛날 이야기 해보자. 기억에 가물거리지만… 80년 말 90년 초의 전교
조 합법화 운동과 참교육 실천 운동이 들끓던 당시에 교직이란, 그리고 선생이
란 자리는 우리 나라의 교육실태를 비판하며 아이들을 바르게 살리고 키워야 한
다는 사명감에 마음과 눈이 반짝거렸다. 그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학교 교육의 일
방적이고 획일적인 교육과정과 교육관이 다양화되고 공동체 의식이란 사회의식
도 자리잡게 되었다.
참교육….얼마나 다양한 활동과 연구가 머리를 맞대고 토론되고 아이들에게 실
천되며 스스로 그 결과를 가지고 기뻐했었는가. 그들을 사상이 의심된다며 교단
에서 되도록이면 다 내몰려 했다. 아니, 정말 내몰았다. 그리고 고개 숙이고 들
어오라 했다. 스스로 불타는 마음 다 불씨 꺼버리고 조용히 들어오라 했다. 그
싹을 다 죽이고 그런 사람들 다 내몰아서 기운 다 빠지게 한 후에 개혁을 꿈꾼다
는 자들이 우두머리로 오더니 이젠 현장의 교사를 무능력한 부정 부패의 주구나
되는 듯이, 나이 먹은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그릇된 교육의 핵심이나 되는 듯이
다 내쫓고는 개별 경쟁을 유도한다. 연수 학점을 주어서 능력별 평가를 한다는
둥…연구하는 사람과 전문 능력이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는 둥….
이미 교사의 전문성과 교육의 주체성은 학교 관리자와 교육정책입안자들의 손
으로 넘어가고 그것을 빼앗을 의욕조차 상실되어 현재의 교단은 썰렁하다. 아무
도 자신의 교직에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찾으려 않는다. 무명교사 예찬론은 이
젠 그 과정을 다 겪은 교사들 누구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무명교사로 있다는
것, 그러면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무능교사라는 그런 평가가 너무나 눈에 보
이기에 다들 초조감에 시달린다. (무엇 한 가지는 배워놓거나 내세울 것이 있어
야지….라는 강박에)
정말로 공부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기반 마련이라는 생각에 적성에
도 안 맞는 대학원 학과를 선택하게 되는 사람도 참 많아졌다. 정말이지….잃어
버린 것들이 너무나 많다. 교실에서는 두레를 조직하고 아이들간에 경쟁하지 않
고 서로 도와주자 협동과 서로 어울리는 사회를 만들자 하면서 우리 교사들간에
는 그런 마음이 얼마나 실천되어가는 걸까? (이건 말 할 필요도 없는 사족이다.
교사가 원래 마음이 모질어서 그런가? 아니다. -_- ) 이미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
은 그런 공동체의식을 가질 이유도 없다.
각자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한 개별적인 노력과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만 있을
뿐. 평교사로서의 공동 대책은 없다. 교단에서 좀더 나은 곳으로 벗어나기 위한
개별적인 대책. 교단에 있더라도 나이먹어감이 부끄럽지 않기 위한 수석교사제
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이상한 별난 대책만이 일그러진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생활 인성지도에 꼼꼼히 신경쓰면서 학급의 아이들에게
온갖 정성을 키우는 선생님들이 컴퓨터나 영어나 예능에 딱이 내세울게 없다면
서 “나는 아무 것도 못해, 난 무능한 교사야”라며 자조하는 말을 할 때에 컴퓨터
로 잘 나가고 영어로 잘 나가고 연구 시범으로 잘 나가는 학구파 선생님들은 교
실에서 아이들을 자신의 연구 사례 대상으로 연구하거나 아님 자습시키면서 자신
의 그 탁월한 전문분야로 다른 이들을 딛고 올라가기 위한 개별적인 꿈을 실천해
가는 중은 아닐까?
지난 달인가 4월인가? 현장연구 계획서와 그와 비슷한 여러 가지 계획서를 내라
고 할 때에 각 학교의 것들을 다 걷은 교육청에서 교육장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한다. “서너 가지씩 거의 모든 계획서를 다 낸 교사들은 언제 아이들 가르칠까?
자제를 부탁한다..”
후후후… 이 높아가는 학구열….교육부장관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정말 기뻐
할지도 모르겠다. 그 수많은 현장 연구 사례는 우리 나라 교육의 질을 얼마나 높
여 놓았을까? 그것이 우리 나라의 교육을 바로잡기 위한 방법이라니… 그렇게
각개격파된 교단에서 전교조의 활동은 이젠 각자의 개별 취미 활동쯤으로밖에 느
껴지지 않을만큼 감각이 무디어진다.
대책이 있을까? 그 어떤 대책이 교단의 죽어가는 무명교사에 생기를 넣어줄까?
나이 먹어가며 꿈을 잃어가는 나는 슬프다.
평교사로 남고 싶은 현주가.
(하이텔 교사모임 ‘페다고지’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