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 님 – 학교를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
1998년 5월 6일, 학교의 부당한 행위에 제동을 걸려고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상
대로 그 당시 학부모인 김명신님이 서울 지방 법원에 ‘학교운영위원회 회의 개
최 금지 및 심의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냈습니다.
김명신님은 지금 ‘서울교육연대’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그 당시 김명신님을 인터뷰하고 작성했던 글입니다.
○ 안녕하시지요?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올 봄까지 학교
운영위 학부모위원이었지요. 학부모 자생 단체에서 일한 적이 있어 학교를 잘 아
는 편이지요.
○ 자녀가 다니는 학교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된 동기는요?
– 도성초등학교에서 올 3월에 학교운영위 규정을 바꿔 학부모위원을 당연직으
로 만들었어요. 그건 아니라고 항의하였지만, 이 항의를 학교에서 무시하더군
요. 그래서 상급 기관에 진정하였지요. 그런데 교육의 최상급 기관인 교육부가
무효라고 하는데도 학교장이 무시해 버리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사법 기관에 호
소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 아래 기사는 <인권하루소식> 98. 5. 22일자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이것 말고
도 다른 신문에서도 보도하였지요?
– 예. 맞습니다. <한겨레> 신문에서 이 내용을 5월 7일에 보도하였어요.
용기 있는 학부모들의 승리
학교운영위원회를 바르게 정착시키기 위한 한 학부모들의 노력이 작은 결실을
맺었다. 지난 3월부터 학교운영위원회의 변칙적 구성으로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
던 도성초등학교(서울 강남구)는 요즘 학부모위원을 다시 선출하기 위한 준비로
한창이다.
이 학교는 3월말 5개 임의 단체, 즉 학부모회, 예절실 명예교사회, 도서실 명예
교사회, 지역사회학교어머니회, 녹색어머니회의 회장을 학부모위원으로 임명해
학부모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학교측의 조치는 ‘학부모위원을 학부모가 민주적 대의 절차에 따라 학부모 중에
서 선출’하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9조 제2항에 위배되는 것으로, 5
개 임의 단체에 속하지 않는 대다수 학부모들이 학교운영위원회로부터 소외될 우
려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바로 잡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문제 의식을 느낀 몇몇
학부모들은 4월 25일 학교에 민원을 접수시켰지만, 아무 반응도 얻지 못했다. 이
에 따라 상급관청인 강남교육청, 서울시교육청, 교육부를 차례차례 찾았고, 끝으
로 서울 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그때까지 아무 반응이 없던 학교는
한 일간신문 기자가 학교에 진위를 확인하는 전화를 한 후에야 태도를 달리 했
고, 이제 학부모위원을 다시 뽑는 총회를 개최하려고 하고 있다.
이번 일에 참여했던 학부모 김명신 씨는 “나는 어렵게나마 절차를 되찾은 것을
다행한 일로 생각한다.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사를 위해서 있는 것도 아니고, 교장
을 위해서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의 좀더 나은 학교 생활을 위해 있어야 한다
는 생각 때문에 용기를 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 좀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 제가 다른 운영위원들에게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이 안되면 법에 호소하
겠다고 말했지요. 학교에서도 ‘이게 뭐 그리 중요한 일이라고, 그렇게까지 하
냐’는 것 같더군요. 그러다가 신문에 나자 크게 당황하더니, 또 대충 어떻게 해
서 간선으로 뽑으려고 하더군요. 어쨌든 지금은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아 학부
모 총회에서 뽑기로 했어요. 학교는 처음부터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
서도, 학부모들을 대수롭지 않게 보고 일방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 학부모위원에 입후보하셨습니까?
– 입후보하지 않았습니다. 출마하라고 하는 분도 있었지만, 저는 이 일 처음부
터 절차가 바로 잡히기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학부모위원에 입후보하
여 학교 일에 참여하는 것은 다른 분의 몫입니다. 한두 사람이 어떤 흐름을 좌우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일할 때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가처분 신청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 재선거를 하게 되었으니 재판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러나 학교장이 학교를
일방적으로 운영하면서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무시하면, 이제는 학부모가 교육
상급 기관에 진정할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
을 겁니다. 오늘날 학부모들이 옛날 학부모처럼 녹녹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린 셈
이지요.
○ 지금 심정은요?
–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의 최고 책임자가 상급 관청의 지시를 자기 마음대
로 유권 해석하여 지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학부모를 잘
못 만났다는 식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사람 사는 데에 잘못은 있을 수 있습니
다. 그러나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교육자의 도리가 아닙니다. 이런 학교
에서 아이들이 도대체 뭘 배울까 싶습니다. 학교에는 서로 지혜를 발휘하여 해결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아직까지도 이런 절차 문제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
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 끝으로 한 마디 하신다면?
– 학부모가 깨어 있지 않으면, 학교나 교육청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야 합니다. ‘좋은 교장이 왔으면’하는 소극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어떤 교장
이 오더라도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교육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물론 지금
있는 제도라도 학교장이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학부모들이 학교 일에 늘 관심
을 갖고 참여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알아서 하겠지’하는 생각이 오늘날과 같은
구조적 모순을 굳혀 왔다는 것을 부모님들이 뼈저리게 반성해야 합니다.
○ 여러 말씀 고마웠습니다. 힘내시기 바랍니다.
– 예.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