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규 택시기사님 – “더 늙기 전에 여행 다니세요..”

제 목
김춘규 택시기사님 – “더 늙기 전에 여행 다니세요..”
작성일
2000-10-8
작성자

울릉도는 5-6월이 제 철이에요. 여름에는 비가 오면 구경도 못하고, 태풍이 불
면 다 지날 때까지 꼼짝 못하고 있어야 해요. 우리는 다섯 명이 갔는데, 기차로
묵호까지 가서 거기서 배 타고 울릉도에 들어갔어요.. 울릉도 택시는 7인승 갤로
퍼더라구요. 하루 4시간 정도 빌리는데 약 8-10만원 정도 하대요.. 그래도 승용
차 가져가는 것보다 낫고, 훨씬 편해요…

지난 9월 29일 우리 부부가 사이판에 가려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택시를 타고
김포 공항까지 갔다. 그런데 그 택시 기사가 더 늙기 전에 자주 놀러 다니라고
하며 여기저기 다닌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우리 부부에게 울릉도를 추천하였다.

내 나이가 지금 50인데, 앞으로 10년이나 놀러 가겠어요. 더구나 택시 기사는
다리 힘이 약해 60이 넘으면 힘이 부쳐서, 다니고 싶어도 못 다닐 거예요.. 아이
들이 다 컸어요.. 큰애는 제대하고 나와서 취직 준비하고 있고, 작은애는 군대
에 있어요… 그래서 우리 부부는 남은 인생을 재미있게 살려구 해요.. 그 동안
아내가 애들 키우느라고 고생했지요.. 물론 아내는 착해서 나한테 불평을 늘어놓
은 적은 없어요…

울릉도는 내가 다녀본 중에서 제일 인상에 남대요.. 섬 경치며, 바다며, 성인봉
이며…. 울릉도에서 약초 먹여 키운 소가 있는데, 그 고기가 아주 맛있어요..
물론 값이 좀 비싸죠.. 포항이요? 에이, 그리로 가지 마세요… 포항에 가면 거
기서 1박해야지요.. 울릉도랑 머니까 뱃삯도 비싸요.. 우등이 54000원이고, 일반
이 아마 47000원이지… 그런데 묵호에서는 34000원이에요… 배를 한참 타고 가
면 배멀미 때문에 힘들구요.. 묵호 배는 카페리가 아니라서 차는 못가지고 들어
가요… 울릉도에 가서 민박하세요… 한 끼에 5000원쯤 하는데, 맛있어요….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우리 나라도 다닐 데가 많아요… 그렇게 좋은 데
가 많은데 왜 안 돌아다니나 싶어요…. 경제적 여유가 있어도 안 돌아다녀요..
불쌍하지요… 나는 개인 택시 기사라서 돌아다니는데 그리 큰 돈이 안 들어
요.. 차에 솥 싣고, 마른 반찬 싸가면, 돈도 얼마 안 들어요… 더구나 평일날
돌아다니니까 숙박업소나 음식점에서 아주 잘 해 줘요… 주말에는 돌아다닐 게
못 되요.. 방을 못 구할 뿐만 아니라, 지저분한 방도 부르는 게 값이에요..

애들 뒷바라지하다가 인생이 다 가는 것 같아요. 취미 생활도 못하지요… 물
론 요즘 사람은 약아서 우리 같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니 손님도 나이 더 먹기
전에 많이 돌아다니세요.. 고향이요? 충남 부여예요… 그럼요..어디서든 나를
찾으면 달려가지요.. 017-321-8820
(경기 37바 4552호 김춘규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