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교수 부인 정정희 씨
국가보안법 폐지 1인시위 나선 송두율 교수 부인 정정희 씨
야만의 추위 이겨내는 견고한 몸짓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된 송두율 교수가 법정에서 외롭지만 치열한 싸움을 전개하
고 있는 가운데, 송 교수의 부인 정정희 씨가 12일 국회 앞 국가보안법 폐지 1
인 시위에 나섰다.
체감온도 영하 15도의 강추위가 몰아치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걸고 1인 시위에 나선 정 씨는 “조국의 민주화
와 통일문제를 안고 살아온 남편이 국가보안법과 같은 낡은 유물에 의해 희생당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곳에 섰다”고 말했다.
1974년 건립된 민주사회건설협의회의 창립멤버였으며 이후 각종 반유신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던 정 씨는 “한평생 조국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남편을
받아들이지 못한 조국에 슬픔과 함께 때때로 분노를 느낀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
어놓았다.
정 씨는 국가보안법에 이어 송 교수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치
소가 보여준 반인권적인 행태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정 씨는 “송 교수가 천
식, 고혈압을 가지고 있고 예전에 받은 종양제거수술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
야 하는 상황에 있는데도 구치소 측이 치료가 필요하다는 요구를 한달 넘게 무시
하여 결국 독일 대사관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며 “영사와 함께 구치소를 찾아
가고 나서야 모든 항목에 대한 검사를 약속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
난 8일 간신히 찾아간 경기도 안양병원에서도 단지 내시경 검사만을 받을 수 있
을 뿐이었다.
정 씨는 또 병원측이 환자로 찾아온 송 교수를 환자로 대하지 않고 범죄자 취급
을 했다며 분노를 표했다. 게다가 담당의사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무작정 마취주
사를 놓아 이후 송 교수는 병원에서 검사받는 것조차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한
다. 이에 정 씨는 담당 의사를 고발할 계획이다.
이어 정 씨는 “검찰이 송 교수로부터 ‘전향’을 받아내기 위해 포승으로 묶고 수
사를 하고 있다”며 반인권적 수사관행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검찰에 대해 목소리
를 높였다. 또 “검찰이 호송차를 먼저 구치소로 돌려보낸 뒤 3시간 가량 차를 기
다리도록 만드는 수법을 통해 송 교수가 저녁식사 시간을 놓치게 만들고 있
다”며 배까지 곯게 만드는 검찰의 치졸한 수법을 꼬집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판에 대해 정 씨는 “법정 내에서 차차 진실이 밝혀지고 있
으나, (공판이) 정치적 법정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계속되는 것”이
라며 억지수사를 계속하는 공안검찰을 비판했다.
14일 서울지법에서 열리는 송 교수의 6차 공판이 지난 5차 공판에서의 오길남
씨 진술에 이어 또 다시 비공개로 진행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정 씨는 비판했다.
이날 공판에는 검찰측 증인으로 황장엽 씨가 출석하게 된다.
하지만 정 씨는 “이같은 현실은 아직도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가 할 일
이 많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향한 견고한 의지를 내보였
다. [임국현]
<인권하루소식> 2004. 1.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