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깡 이야기
이름 : ㅋㅋㅋ ( ) 날짜 : 2002-01-09 오전 9:54:51 조회 : 185
고등학교시절..
평소에도 풍족하진 않았지만,
그날따라 지갑에는 단돈 백원이 없었다.
방과후..
친구한테 차비로 빌린 500원을 손에 쥐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30분이 지나도 버스가 오질 않았다…
배가 살살 고파왔다.
그러던 순간.. 갑자기 새우깡 생각이 간절해지기 시작한것이다..
내가 원래 새.우.깡. 매니아다.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않는 새우깡^^
당당하게 500원을 내고 버스를 탈까??
300원 새우깡 사먹고 200원 슬쩍내고 탈까???
열라 소심하게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새우깡을 사버렸다.
그리고 금새 버스가 왔다.
눈치보면서 200원을 내고 타는데 성공했다.
버스아저씨도 못 보고 지나간 듯.
안심하고..
빈자리까지 있어 흐뭇하게 자리잡고 앉아 새우깡을 뜯으려던 찰나.
“학생! 이리좀 와봐!!”
윽… 거울에 비친 기사아저씨의 눈은 무섭게 날 째려보고 있었다.
선생한테 벌받는 학생마냥 가방을 놔두고 앞으로 나갔다.
나는 서서 5분간 쪽팔리게 훈계를 들어야 했다.
“학생! 젊어서부터 그렇게 살면 쓰나.!$@*&*&%*@#(*…..”
우씨.. 남학생도 많았은데 쪽팔림의 극치였다.
얼굴 벌개져서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허걱!! 그새 나의 새우깡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주위를 둘러보니 내 앞에 앉은 남자아이가 어느새
새우깡을 뜯어 맛있게 먹고 있었다.
‘이자쉭이.. 머리에 피도 안마른 녀석이 벌써부터 도둑질을!!
내가 뭣땜시 이런 수모를 당한건데…..’
열받아서, 별의별 궁리를 다 했다. 어떻게 복수를 할것인지.
내 심보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속으로 씩씩대며 아이디어를 짜낸 결과..
치사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난 실천하고야 말았다.
움하하하하하하하하
우리집 정거장에 도착해 문이 열리는 순간
그 녀석 손에 쥐어있던 나의 새우깡을 날렵하게 빼앗아서
잽싸게 뛰어내린 것이었다.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
그제서야 새우깡을 되찾은 나는 집에 오는 길에 맛있게 쩝쩝
새우깡 한봉지를 비웠다.
집에 도착하고.
저녁이 되어서야 나는 내가 한 짓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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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에 멀쩡한 새우깡 한봉지가 버젓이 놓여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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