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를 회복하면 어떻게 될까요? -김영진
이름 : 김영진 ( ) 날짜 : 2002-01-22 오후 9:35:10 조회 : 188
피로 회복. 참 우스운 말입니다.
“피로 회복, 기미, 주근깨에 비타민C 레모나”
“피로 회복, 자양 강장에 박카스 에프”
피로를 회복한다? ‘피로 회복’이란 말을 ‘피로한 상태를 벗어나 건강해지다’는 뜻으로 썼겠지만 이 말을 그렇게 읽을 수는 없습니다. ‘건강 회복’은 다시 건강하게 되는 것이고 ‘피로 회복’은 다시 피로하게 되는 것입니다. 피로를 회복하면 다시 피로해지고 마는 것이지요. ‘피로 해소’라고 하거나 ‘피로를 풀어주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피로 회복, 간장 보호엔 역시 우루사! 매일 매일 곰처럼 삽시다!”
참 많이 본 선전 문구죠? 곰을 내세운 이 약 선전을 보아온 게 몇십 년은 족히 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피로 회복’을 외쳐대는 이 사람들은 정말 곰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 말이 잘못된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우직하게 써오고 있는 것이라면 그 회사 사람들이야말로 곰이 아니겠습니까? 이 말이 말도 안 되는 말이라고 그 회사에 말해준 사람이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사람도 없었을까요?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미련한 곰탱이들이겠지요.
약국에 가보세요. ‘피로 회복’이 널려있습니다. 피로가 널려있습니다.
“활성형 비타민 피로회복제 아로나민 골드”
“신세대 성장 피로회복 틴피아 정”
“비타민 피로회복제 삐콤·씨”
………
우리 나라 사람들 참 무던해요. 말이 이렇게 뒤틀려 쓰여도 뭐라 하는 사람 찾아볼 수 없으니 말이에요. 영어 철자 하나만 틀려도 눈 크게 뜨고 무식한 사람 발견한 듯한 표정을 하는 사람들이 어찌 제 말에는 이리도 무관심할까요?
말 같은 말을 하지 못하는 건 생각이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부실하면 삶이 부실해집니다. 말을 바르게 쓰지 못하면 ‘나’를 잃게 됩니다. ‘나’를 ‘우리’를 바로 찾을 때 그때서야 세상은 바르게 돕니다. 바르게 도는 세상이 환한 세상입니다.
-군산영광여고 김영진 드림